[창간24주년(2)]비전 2030-"국가 청사진에 IT 활용도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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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 2030, 정보통신(IT) 기술 정책의 적극적 활용 없어 아쉽다.”

 지난 8월 말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4만9000달러로 현재의 스위스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비전 2030이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경제적 동인을 찾는데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지난 수십년간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IT의 활용은 경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장동력 확충, 과연 어떻게?=비전 2030에 따르면 정부는 제도혁신 과제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지원체계 정비 △한류 등 문화산업 진흥기반 구축 △행정중심복합도시 및 혁신도시 건설을 꼽고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및 R&D 투자 확대, 효율성 제고 △에너지 확보 및 효율화 대책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부품소재산업 전략적 육성 등에는 선도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즉, ‘어떻게’ 라는 부분이 빠져 구체적인 후속 발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자칫 ‘페이퍼 플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전 2030에서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통해 영세 자영업 중심의 개인 서비스업 위주의 산업에서 교육, 의료, 관광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무엇이 지식기반 서비스이고 어떻게 2030년까지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은 전혀 없다.

 융자 등 금융지원 중심의 지원에서 경영컨설팅, 인력양성 등 콘텐츠 중심 지원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 지원 체제로 정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수차례 지적에도 불구 아직 고쳐지지 않은 중소기업 지원 체계의 고질병같은 부분을 고치겠다는 선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부품소재 산업 전문가는 “부품소재 핵심기술 확보업체를 지원하고 산업연관 효과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그동안 업계에서 수차례 건의해 산업자원부가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 발표한 계획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IT 활용이 없다=한국은 가전이나 휴대전화, 통신네트워크 장비 등 IT 제조 및 수출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초고속인터넷이나 3세대 이동통신처럼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소비자들의 신기술 흡수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는 제조나 수출 산업의 성장에 비해 서비스 부분의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핵심적 원인은 바로 서비스 부문의 IT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컨설팅 전문기관 오범(OVUM)에 따르면 OECD는 서비스 부문 노동자가 제조업 노동자 가치의 93%를 추가하는 데 비해 한국은 겨우 56%에 불과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부문 생산성이 자본 집약적인 제조업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차이는 놀라울 정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비전 2030이 실현되기 위해서 제조업과 서비스 부분의 IT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경 오범코리아 사장은 “한국 경제의 현재 저조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IT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나 IT 기반의 신사업모델을 갖춘 창조적 기업이 등장하도록 국가가 역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사장은 또 “정부가 2030년에 일등 국가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IT 이용에 대한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음을 인식하고 IT가 유발하는 잠재적 생산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원인에 집중해야=비전 2030은 정부에서 내놓은 최초의 중장기 비전이란 긍정적 부분이 있음에도 외국의 장기 비전과 달리 국가 경제의 ‘본질’을 언급하지 않아 공허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즉, 비전이 성립되려면 현 경제사회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극복 방안과 발전 계획을 동시에 내놔야 하지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없고 달콤한 미래만 그렸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 중·후진국은 선진국의 모형을 따라가면 됐지만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그런 방식보다는 대안적 발전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국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미래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규성 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선문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B2B가 선진국에 비해 저조하다. 정부 정책이 e비즈니스의 단순한 적용을 강화하기 보다는 왜 한국 산업에서 e비즈니스 활용이 근본적으로 낮은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라며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행위에 방해물을 제거하는 것이 뜬구름 잡는 비전의 제시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는 “대다수 국가에서 정책 형성 과정에서 환경영향을 고려하듯, 모든 정책 형성 과정에서 IT가 수반하는 영향(spillover impact)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