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5)]강소 IT기업이 희망-이 산업에 주목하자

[창간24주년(5)]강소 IT기업이 희망-이 산업에 주목하자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큰틀에서 대기업과 차별성이 있다.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장치산업은 일단 어울리지 않는다. 기술 집약적이면서도 대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유연한 사업 분야가 가장 적합하다. 이중에서도 국내 기업들만이 강점을 가지는 분야가 또 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신개척 분야가 대표적이며 대기업들의 근간을 이룰 수 있는 부품소재 산업도 여기에 속한다. 비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드넓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키포인트는 디지털이다. 이는 셋톱박스·콘텐츠 등 일부 분야에서 앞서 검증됐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알짜배기 산업분야인 것이다.

 서동규·강병준·이진호 기자@전자신문, dkseo@ bjkang@ jholee@

 

◇부품·소재

 고용과 경제성장의 근간=이 산업은 완제품 산업과 밀접한 연관 효과를 갖는다. 부품·소재의 경쟁력은 완제품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며 완제품 산업에서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시를 위해 뒷받침되는 씨앗산업이다. 이로 인해 이 산업은 경제 전체의 수출 성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 균형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련 부문에서 종사하는 인력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41%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 산업의 뿌리 역할을 단단하게 하고 있다. 고용이 있는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를 모두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산업군이다.

 부품·소재 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38.9%, 무역수지의 58.9%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제조 산업의 근간은 물론 수출 주도 산업으로도 뚜렷하게 부상했다. 관련 산업의 품목별로 무역수지 증감률을 살펴보면 전자부품과 화학소재,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 산업화로 인해 지난 1997년 이후 8년 연속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부품·소재 수출이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같은 기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첨단 산업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핵심이되고 있다. 제조업의 부가가치 구성을 살펴보면 부품·소재 산업이 60.8%, 완제품 산업이 39.2%로 핵심부품과 소재의 기술수준에 의해 완제품 가격과 품질이 좌우되며 고부가가치 중심의 산업구조로 가기 위한 핵심산업이 된다. 지식집약형 디지털 경제화와 글로벌 소싱의 급속한 확산 등을 통해 경제 중심이 완제품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인텔·보쉬·델파이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고 세계 시장을 독점 공급하는 등 세계 경제의 기류를 이끌어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똑똑한 부품·소재 업체 하나가 나라 경제를 먹여살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제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이 지향했던 물량 중심에서 대형화와 전문화로 전환해 세계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져야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부품과 소재의 기술 장벽 강화와 독과점 추세에 맞서기 위한 경쟁력을 높여야할 때다.

◇홈네트워크·셋톱박스·멀티미디어 단말기

 디지털시대의 신 주역=전세계가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영상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필수적인 셋톱박스 산업도 우리의 역량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다. TV의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디지털 케이블 방송으로 변경하면서 절대적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미 셋톱박스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유럽에서 검증된 상태다. 기술 집약적인 첨단 제조산업 중에 우리의 강소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는데 손색이 없다.

 멀티미디어 장비도 동일한 맥락에서 미래 강국으로 발전하는데 중요성을 가진 산업이다. MP3플레이어·PMP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디지털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되는 이미 우리 IT 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다.

 셋톱박스나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하나의 요소라고 본다면 홈네트워크는 우리 IT기업들의 경쟁력은 집약시킨 종합 선물세트에 비유된다. 다양한 정보단말기는 물론 네트워크·서비스·콘텐츠 등을 묶은 총체적인 IT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분야다.

◇소프트웨어

 지식산업의 첨병=독일 SAP는 ‘ERP’ 한 품목으로 전세계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기업이다. SAP는 SW라는 개념조차 희박했던 70년대 당시 재무 회계와 인사·생산·판매 등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국 주도의 컴퓨팅 시장에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SAP는 개발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했다. 독일의 조그만 강소기업으로 출발한 SAP는 지금은 세계 ERP 시장을 좌우하는 SW 종주국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서도 SW산업이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주도 분야로 떠올랐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수적으로도 7000여개로, 시장 규모가 우리의 10배인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보안 등 일부 분야는 규모는 중소 기업이지만 제품과 기술 면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발전했다.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 시스템(DBMS), 업무 프로세스 관리(BPM), X인터넷 등 일부 분야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IT839와 관련한 임베디드SW 분야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수준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SW 중소기업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화가 필수적이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 SW 자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SW 공학이 제시하는 개발 절차를 도입하고 적용해야 한다. 요구 사항 정의, 설계, 전문적인 시험 절차가 보강돼야 한다. SW 개발 회사는 SW 생산에서 코딩 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지만 나머지 단계는 아직도 제대로 공학적 기법과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강소 SW를 위해서는 또 인력 면에서도 고급 SW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아키텍트 위주로 양성해야 한다. 표준도 국제 표준 제정에 공헌하면서 지적재산권을 확보함은 물론이고 국제 사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제 표준은 마치 축구 월드컵 대회와 비슷해 국제표준을 많이 만들어 내는 국가는 당연히 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국제 표준을 만들려면 그 뒤에는 관련 기술 개발이 같이 따라가는 게 마치 국내 프로축구 ‘K리그’가 활성화 되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이와 함께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이다. 오랜 신뢰 관계를 맺고 인프라를 구축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성장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물건을 파는 데만 익숙했던 이전 SW업체 세대와 달리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글로벌 마인드가 시급하다.

 다행히 일부 기업은 중소기업이지만 세계 무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티맥스소프트는 올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 이상 성장한 230억원을 기록했다. 안철수연구소도 올해 상반기 매출액 220억원과 순이익 8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각각 25.5%, 44.7% 증가한 실적을 냈다. 더존다스는 더존디지털웨어·더존에스앤에스 등 계열사를 모두 합쳐 상반기에만 매출 510억원을 올렸다.  ‘IT 강국’으로 인식되던 코리아가 ‘SW강국’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위해서는 이 같은 튼튼한 풀뿌리 기업을 중심으로 튼튼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게 급선무다.

◇콘텐츠

 세계화를 위한 차세대 주자=아이디어와 창조성·독창성으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콘텐츠분야는 성격 자체가 중소기업들이 뛰어 놀아야만 커질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자금, 사업망,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총제적으로 내세워 대기업들이 콘텐츠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을 움직이는 근원적 힘은 중소 전문기업들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대표적 콘텐츠산업으로 성장한 게임산업은 벤처로 출발한 작은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개척하다시피 해온 역사를 가졌다. 지금은 세계시장 성장과 함께 이들 기업의 덩치도 급속도로 커졌지만, 여전히 벤처문화와 생산적인 업무 방식이 없이는 도저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넥슨·네오위즈 등 한국 게임산업 대표 기업들은 하나같이 극소수 인원의 벤처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 산업 흐름을 이끄는 대표적 강소기업으로 자라났다. 그러면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이름 없는 소규모 게임개발사 중에는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해외에서 대히트시키면서 일약 스타개발사로 도약하기도 한다. 그만큼 중소기업들이 게임시장을 주도하면서, 산업 자체의 역동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글로벌 공룡 포털업체의 공세에도 당당히 한국 토종산업의 우위를 지키고 있는 포털업계도 한국 콘텐츠산업의 중소기업 강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NHN·SK커뮤니케이션즈·다음커뮤니케이션·엠파스 등 토종 포털업체는 야후·구글 등이 호시탐탐 넘보는 한국시장에서 경쟁력 우위의 장벽을 쌓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벤처들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골리앗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 다윗의 위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형 포털의 세계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검색·미니홈피·블로그 등의 서비스로 해외시장에 속속 파고들면서, 한국형 포털의 매운맛을 한껏 뽐내고 있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영상·UCC(사용자제작콘텐츠) 등 신규 온라인서비스에서도 중소기업들이 가진 강점과 아이디어는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티즌들과 직접 교류하는 혁신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키워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윈도 미디어플레이어를 앞지른 국산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토양 때문이다.

모바일 콘텐츠, 애니메이션 등의 분야에서도 한국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관련 기업들이 대형화, 거대화되면서 오히려 산업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중국이 오히려 낮은 물가와 임금 등으로 국내 콘텐츠 관련 중소기업들을 위협해 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직은 기술적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콘텐츠 분야 중소기업들의 세계시장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고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경쟁하는 국내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들의 기술·인적 혁신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