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로 대표되는 통신망사업자 진영과 구글·e베이 등 인터넷업체 진영 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논란을 놓고 미국 정부가 통신망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블룸버그·AP통신 등은 미 법무부가 통신정책을 관장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시장 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며 망 중립성 규제를 반대한다는 공식 방침을 통보했다고 9일 보도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이용자가 어떤 종류의 웹사이트든 제한 또는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통신사업자가 모든 사이트에 동일한 속도와 품질의 네트워크를 보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법무부 반독점국을 총괄하는 토머스 바네트 차관보는 “망 중립성이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가하면 자칫 인터넷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망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위적 규제를 허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망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인터넷이 통신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바네트 차관보는 “만약 통신사업자가 요금 차별화 정책에서 불합리한 방식으로 인터넷 산업의 경쟁 질서를 깨뜨린다면 언제든 반독점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뉴스의 눈
망 중립성 논쟁은 지난해 미 인터넷 시장을 달군 ‘뜨거운 감자’였다. 네트워크 속도가 올라갈수록 요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사업자의 주장과 이들에게 종속당할 것을 우려하는 인터넷업체의 반대가 팽팽히 맞섰다. 의회로 이어진 대리전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중립성 법안이 제출됐지만 결국 공화당의 반대로 법제화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민주당이 의석 과반을 점한 110대 의회가 망 중립성 관련 법안을 재상정하고 FCC가 망 중립성 문제를 놓고 공개 심리를 진행하자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공개적으로 나서 망 중립성에 반대를 표시한 것은 중립성 원칙이 자유경쟁 시장 체제보다 앞설 수 없다는 논리를 강변하고 있다.
바네트 차관보는 미국 기업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반독점법을 다루는 법무부 내 최고 수장. 그는 망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통신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인터넷 시장 균형을 깨뜨릴 것이라는 구글의 주장을 일축하고 AT&T의 손을 든 것이다.
바네트 차관보는 망 중립성 문제를 미국 우편시스템과 비교했다. 당일 배송하는 우편서비스 요금과 2∼3일이 넘게 걸리는 우편서비스 요금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통신 네트워크에도 차별화된 요금정책을 적용하면 보편적인 서비스 요금은 오히려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속도가 더 빠른 브로드밴드 서비스에 프리미엄 요금제가 허용되면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설비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통신 시장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미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한·미 FTA로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