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1)프롤로그

  지난 11일 오후 저작권보호센터 직원들과 관악경찰서 수사과 지능수사 2팀 형사들이 서울 방화본동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불법 DVD 제작현장을 급습했다. 이곳에선 하루 2000∼3000장 정도의 불법 DVD가 제작되고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저작권보호센터 직원들과 관악경찰서 수사과 지능수사 2팀 형사들이 서울 방화본동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불법 DVD 제작현장을 급습했다. 이곳에선 하루 2000∼3000장 정도의 불법 DVD가 제작되고 있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액 현황

 전자신문은 문화부와 공동으로 건전한 콘텐츠 문화 조성을 위한 연중 캠페인을 시작한다. 2008년 한 해 동안 문화부·산하 단체·주요 콘텐츠 업체와 함께 ‘콘텐츠 대국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콘텐츠 산업의 현안이 되고 있는 불법 복제와 저작권 문제 등을 집중 해부한다. 아울러 건전한 인터넷 이용 문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산업계·네티즌을 위한 해법도 제시할 예정이다. 정보 강국에서 지식 강국으로 가는 흐름에서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다. ‘신나는 디지털, 깨끗한 인터넷’이라는 모토로 시작하는 이번 연중 기획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편집자주>

새해 첫 11일. 서울 관악 경찰서 지능수사팀과 저작권보호센터 직원이 강서구 방화 본동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탐문에서 주변 조사, 급습까지 순식간에 이뤄졌다. 7평 남짓 사무실 한쪽에는 명장·써티데이즈오브나이트 등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DVD 수천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무실에서 바쁘게 복제 작업에 몰두하던 ‘장본인’은 상당히 놀라는 인상이었다. 그는 신촌·홍대·약수·을지로 입구 등 지하철역과 지하상가에서 팔리는 영화의 불법 DVD를 한 달에 6만∼9만장씩 만들어내는 ‘공급책’이었다. 저작권센터와 수사 팀이 1년 가까이 유통망을 추적한 결과 이룬 값진 성과였다. 이경윤 저작권보호센터장은 “빙산의 일각이다. 한 달에도 많게는 서너 번씩 단속이 이뤄지지만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불법 복제는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세상이 비상이다. 건전한 콘텐츠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불법 복제로 산업계와 네티즌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영화에서 음악·출판·게임까지 모든 콘텐츠가 ‘블랙 마켓(검은 뒷거래 시장)의 제물’이 된 지 오래다. 이름뿐인 ‘인터넷 강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만연한 DVD 복제 사례는 이경윤 센터장이 언급한 대로 ‘조족지혈’ 수준이다. 문화 콘텐츠의 불법 복제 거래는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한참 넘어선 상황이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07 저작권 침해 방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음악은 185억4413만곡, 영상물은 114억3483만편, 출판물은 100억456만편이 불법 유통됐다. 불법 복제 시장 규모는 2조190억원으로 합법적인 시장(4조5370억원)의 45%에 이르렀다. 특히 음악은 불법 시장이 4567억원으로 합법적인 시장 규모(3708억원)보다 더 큰 기형적인 구조였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다.

 모든 사람이 불법으로 콘텐츠를 유통하지도, 이용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다. 그러나 불법 복제, 이에 따른 저작권 침해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는 근본 배경을 짚어 보아야 한다. 먼저 일부에서 이야기하듯 정부 단속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문화부는 지난해 6월 저작권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처벌 조항도 이전보다 훨씬 강화했다. 저작권법 136조에 따르면 불법 복제물을 복제·배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거나 처벌을 받는다.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만으로 화살을 돌리기는 너무 무책임하다.

 그럼 저작권자. 기술 흐름과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자기 권리만을 주장하는 저작권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저작권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 갈수록 무형 자산이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에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저작권은 점차 ‘개방’으로 가는 세계 문화 시장에서 무형의 우리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논리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불법 복제 유통업자. ‘공공의 적’인 이들이 결국 시장 왜곡의 주범일까. 그러나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만들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다. 수요가 있는 곳에는 어떤 식으로든 거래가 생기고 시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결론은 명쾌하다. 바로 이를 찾는 소비자가 있는 한 불법 복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겉으로는 불법 복제를 반대하면서 혹시 내 PC와 휴대폰에 있는 불법 복제물에는 관대하지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게임 타이틀 30여개를 묶은 ‘닌텐도 DS’용 불법 게임팩이 정품보다 수십배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개당 3만∼4만원짜리 게임 30개를 묶어 불과 10만원에 팔고 있는 것. 방학이어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찾는 사람이 많아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한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실 해결책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지 쉽지 않을 뿐이다. 바로 의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 ‘나쯤이야, 겨우 한 곡인데, DVD 한 장 장난삼아 즐길 수 있지’ 하는 개인 창작물을 인정하지 않는 의식부터 ‘180도’로 바꿔야 한다. 두 번째는 시장이 정답이다. 시장 법칙에 맡겨야 한다. 외국 사례를 보자.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불법 복제 문제로 골치지만 저작권 보호를 일부 포기하더라도 유통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추세가 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다. 미국의 주요 메이저 스튜디오인 EMI·워너뮤직·유니버설뮤직 등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저작권 보호 장치(DRM)가 없는 음악 파일 판매를 시작했다. DRM을 없애면 이용자가 음악파일을 공유해 불법 복제가 우려되지만 디지털 유통의 확산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박양우 문화부 차관은 “저작권를 둘러싸고 한 치 양보 없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해외 시장은 이미 시장을 키우고 산업화하는 추세”라며 “이제는 탁상공론식 해법이 아닌 산업과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실용적인 해법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작물 존중하는 문화 "콘텐츠 대국 만든다"

◆박양우 차관 인터뷰

 “창의성과 다양성을 가진 창작품을 존중하고 절제하며 이용하는 문화가 조성되면 새로운 콘텐츠 생산의 원동력이 돼 시장이 커지고 국가 경제 발전까지 연결될 것입니다.”

 박양우 문화관광부 차관은 건전한 콘텐츠 이용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을 ‘톨레랑스(tolerance)’라고 말했다. 이용자는 창작물에 담긴 가치를 존중하고 창작자는 이용자가 공정하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박 차관이 이야기하는 톨레랑스의 핵심이다.

 박양우 차관이 콘텐츠 산업에서 “저작권 보호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원천소스의 보호와 활용을 도모하는 저작권을 떠나서는 콘텐츠 생산이 지속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 차관은 “국내에서 불법 복제로 인한 산업의 피해가 커 불법복제 근절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문화부는 불법 복제 근절을 통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문화부 저작권 관련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련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동시에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활성화를 위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그는 창작물의 정품 여부를 확인 수 있게 하는 저작권 인증제도와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콘텐츠는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자유이용제도, 창작자가 저작권을 기부하는 기증제도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문화콘텐츠 시장에는 국경이 없다”며 저작권 보호가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방어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서 보호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 FTA에서 지식재산권 영역을 지나치게 미국 수준에만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세계적인 지재권 싸움에서 국가 간 장벽은 무의미하며 다른 시장 진출까지 고려한다면 지재권 보호는 필수”라고 대답했다.

 최근에는 해외 문화원에 산하기관인 저작권위원회의 직원을 파견해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의 불법 복제 시장현황을 감시·단속하고 있다. 민간 콘텐츠 업계와 협력해 시장조사를 하는 한편,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률적 지원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중국에서 불법 복제에 대한 보상 사례가 하나 둘씩 나오고 있으며 저작권 강국과 공조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 합니다.”

 박양우 차관은 국제적 차원에서 저작권 보호문제가 콘텐츠 창작·유통의 문제들과 맞물려 해결되면 우리 콘텐츠의 해외 진출 전망을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외에서 콘텐츠 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요체는 현장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창작, 유통, 저작권 보호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별 취재팀>팀장=강병준@전자신문,bjkang@, 장동준, 정진영, 이수운, 최순욱,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