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동물의 생명활동에 필요한 적정체온을 뇌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각각의 동물들이 선호하는 온도가 다른 이유 등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생명과학과 김재섭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를 이용해 체온을 결정하는 뇌 유전자의 비밀을 찾아냈다고 30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동물에서 적정체온의 결정은 뇌에 의해 이루어지며, ‘싸이클릭에이엠피(cAMP)’라는 물질의 신호체계가 핵심 역할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람의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은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하는데, 초파리에서는 이 기능을 뇌 신경다발이 양송이 모양으로 뭉쳐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머쉬룸바디’라는 부위가 하는 것을 알아냈다. 초파리의 머쉬룸바디에서 cAMP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PKA’라는 효소의 활성이 높아져 초파리 뇌가 높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신호를 내보낸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머쉬룸바디에서만 국소적으로 cAMP의 농도를 강제로 낮추면 초파리는 낮은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고, 농도를 강제로 높이면 높은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현상은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에서도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의사들이 생쥐나 개 등에서 뇌의 시상하부에 cAMP 생성을 방해하는 약물을 주사하면 체온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보고한 적은 있었지만,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김재섭 교수는 “연구결과는 동물의 체온 결정뿐 아니라 한류성 어종과 난류성 어종 간의 수온 선호 차이, 계절마다 이동하는 철새들 간의 차이 등 다른 종류의 동물들이 각기 다른 온도의 환경을 좋아하는지를 밝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6월30일자 인터넷판에 발표되며, 특히 뇌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선구자적 연구로 평가되어 네이처의 ‘주간 특별논문’으로 선정됐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