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인터넷](5·끝) 新인터넷 규제 7대 제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불건전 정보규제방안, 포털 책임성 요구의 필요성,책임성, 자율규제강화의 필요성, 문제점

‘新인터넷 규제’를 위한 7대 제언

1. 사회적 공감대부터 만들어라

2. 정부 규제는 그만 늘려라

3. 규제간 엇박자 해소하라

4. 기업 자율규제를 유도하라

5. 산업과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라

6. 이용자는 자유롭게, 범법자는 엄격하게

7. 자기책임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강화하라

 전자신문은 ‘新인터넷’ 규제 기획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지난 6월부터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4개국 해외 취재와 국내 취재를 진행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만나 조언을 구한 인터넷 전문가만 해도 규제기관·학계·업계 등 200여명에 이르며 뒤적인 국내외 판례 및 문헌은 족히 100건을 넘는다. 또 국내 전문가 32명을 엄선해 규제 방향에 대한 심층 리서치를 진행했으며 네티즌 617명에 대한 인식조사도 병행했다. 국내 언론이 인터넷 산업을 두고 이처럼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한 것은 처음이다. 전자신문은 지난 2개월간 진행했던 취재·연구·조사의 종합적인 결과물로 ‘新인터넷 규제’ 7대 제언을 내놓는다. 이 제언이 대안 그 자체는 아닐지라도 인터넷 규제 2.0으로 가는 데 더욱 발전적인 문제 제기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新인터넷 규제’ 7대 제언은 크게 △정부 역할 △기업과 산업 △이용자의 세 가지 관점에서 구성됐다. 규제의 핵심 주체는 정부기관이지만 정부-기업-이용자로 연결되는 규제의 사회적 순환 시스템을 감안할 때 어느 한 부문이라도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 기반을 둔 적정 규제=최경진 경원대 법대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인터넷 규제 법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우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K리서치가 32명의 인터넷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78.1%가 현행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사회적 합의부족(중복 응답 허용)을 꼽았다. 인터넷상에서 위법행위나 부작용의 정확한 진단이나 예방시스템의 고민 없이 규제 강화로만 해결하려다 보니 잦은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 규제는 더 이상 늘리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기존 규제를 인터넷에 맞게 더욱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담은 ‘7.22 규제’는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모니터링 강화 △임시조치 의무화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등으로 이루려고 하는 규제 목적은 이미 기존 정통망법의 운용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본인확인제로도 95% 이상 색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나머지 부문은 규제가 아닌 교육 및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저작권법 역시 악의적 사업자에게 민·형사 처벌을 할 수 있고 가처분 절차가 있어 제재 수단이 충분해 사이트 폐쇄까지 가능한 개정안은 과도하다.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사이버 모욕제’는 기존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신설보다는 기존 규제 가운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솎아내고 불일치된 규제끼리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은 여전히 진흥이 필요=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철학이 인터넷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을 산업의 한 축으로 보기보다는 사회 현상 정도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와 산업 육성’이라는 기본 원칙이 설땅을 잃고 있다. 특히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되기 위해서라도 정부 규제보다는 기업의 자율 규제를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K리서치 전문가 조사에서 인터넷 산업에 대한 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규제보다는 진흥(자율)이 더 필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10점 척도에서 진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8∼10점 응답자가 59.4%인 데 비해 규제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1∼3점 응답자는 12.5%에 불과했다. 정부의 인터넷 벤처정책으로는 ‘정부의 지원 및 육성(46.9%)’과 ‘규제 완화(34%)’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대희 고려대 교수는 “규제는 원래 산업 발전을 위해선 최소화되는 것이 좋다”며 “한국 인터넷 기업의 기술력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인만큼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자율구조가 정착된 일본 등의 사례를 참조해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용자 뛰어놀게…교육은 강화=해외 선진국의 규제철학은 철저히 시장과 이용자 중심 관점이다. 이용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면 사업자든, 정부든 모두 고개를 숙인다. 현 정부의 인터넷 규제철학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이용자 중심의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규제는 소비자,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정치 논리에 따르다보니 네티즌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시장에서는 네티즌이 소비자다. 따라서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을 자유롭게 달고, 게시판에 적극 참여하고, 뉴스 서핑과 상품 쇼핑을 즐기는 것은 소비활동인만큼 충분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물론 악의적인 범법자는 엄격하게 처벌하더라도 일부 이용과정에서 오류나 실수를 벌인 네티즌에 대해서는 과도한 벌금 등 처벌보다는 ‘2시간 교육’ ‘인터넷 봉사활동’ 등의 교정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네티즌의 자기책임성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판단해 문제가 될 것 같으면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기 때문이다. 617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90.9%가 자기책임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최근 저작권, 댓글 등 인터넷 상의 자기책임 강화를 위한 교과서 반영 작업 등이 논의되고 있다.

◆K리서치- "현행 법령은 현실과 동떨어져"

 이번 K리서치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와 네티즌은 인터넷 규제에 대한 명확한 시각을 드러냈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 규제는 비합리적이며 △자율책임과 교육강화가 향후 규제의 대안이라는 인식이다. 특히 그간 우려와는 달리 포털 중립성, 자정기능, 이용자 자기책임 등이 인터넷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어 자율규제가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 강력한 법적 규제에는 부정적=전문가들은 인터넷상의 유해정보를 규제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윤리 교육 및 홍보강화(40.6%)’를 꼽았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대응’과 ‘사업자 자율 규제’가 각각 28.1%, 15.6%로 그 뒤를 이었으며 강력한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9.4%로 매우 낮았다. 온오프라인 규제 균형 문제에서는 전문가의 40.6%가 오프라인과 동일한 규제를 인터넷에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현행 인터넷 관련 법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한 반면에 온라인에 적합한 새로운 법(46.9%), 현행 법령의 유연한 적용(43.8%)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지금의 인터넷 규제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온라인 관련 법이 만들어진다면 담당부처는 어디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지만 별도 기관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27.3%로 높았다.

◇ 포털 책임성 요구는 점점 높아져=전문가들은 포털 뉴스가 중립성을 지키고 있다(43.8%)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네티즌은 포털의 영향력은 강화됐지만 독점기업 규정 등은 타당하지 않다(33.4%)는 의견이 타당하다(22.7%)는 답변보다 더 많았다. 즉 정부·여당이 주장하듯 포털의 횡포나 뉴스 편집 등의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포털의 자율책임에 대한 요구는 높았다. 전문가 중 68.8%가 포털 책임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는 협회, 연구 기관(33.3%)에 비해 정책기관(100%)과 산업계(61.5%)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포털이 져야 할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자율 규제 시스템(86.4%) △공공성 유지(68.2%) △모니터링 시스템 운용 및 관리(54.5%) 등을 꼽았다(중복 응답 허용).

네티즌도 포털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9.7%나 됐다. 이용자의 자기 책임성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90% 이상 나온 점을 감안할 때 ‘이용자-사업자’의 자율규제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규제별 반응-실명제·아이핀은 도입에 부정적

인터넷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 규제 중 정보보안(해킹)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고 있다. K리서치 조사에서 전문가 응답자 62.5%가 시급하다고 답해 5점 척도에서 4.0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방지가 4점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무선망 개방과 저작권 문제는 각각 3.92점과 3.76점으로 3, 4위를 차지했다. 포털 규제는 3.35점으로 시급성이 가장 낮았다.

인터넷 실명제, 아이핀, 삼진아웃제 등 신규 규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유해 사이트에 대한 삼진아웃제에 대해서는 과반 이상이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실명제와 아이핀은 10명 중 3명 정도만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실명제는 전문가 집단 간 의견 대립이 가장 첨예했다. 정책기관은 83.3%가 긍정한 반면dp 산업계와 학계는 각각 23.1%와 22.2%만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명제 도입 효과에 대한 각 그룹 간 평가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실명제에 대한 긍정 여론은 네티즌층에서 더 높았다. 10명 중 7명이 실명제를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실명제 확대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네티즌이 51.1%에 달했다. 일부 층에서 우려한 네티즌 자정기능 결여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자율 책임의식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네티즌은 전체의 67. 9%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일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인식 수준이 높았다.

삼진아웃제는 전문가 집단의 과반수가 환영했다. 특히 정책기관 소속 전문가들은 83.3%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일 수 있는 네티즌은 삼진아웃제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조사했나

 

전자신문 K리서치는 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전문가와 일반인을 구분해 인터넷 이용 및 규제에 관한 e메일 조사를 실시했다. 1차 전문가 조사에는 총 32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정책기관 및 유관기관 28%, 학계 28%, 산업계 40% 등의 고른 비중을 보였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전공 분야는 경영·경제(25%), 법학(18.8%), 사회·문화(15.6%), 행정·정책(15.6%), 미디어·홍보(12.5%), 컴퓨터·기타(12.6%) 등 각 전문분야에 걸쳐 있어 다양한 견해가 반영됐다. 일반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2차 조사는 총 61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남녀 성비는 물론이고 연령, 거주지, 직업, 소득별로도 고르게 반영해 조사의 신뢰도를 높였다. 문의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02) 2168-9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