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4)페이스북,"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적인 규범이 아니다”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25)가 최근 CES 행사장에서 또는 IT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의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해 발언한 내용이다. 전세계적으로 3억5천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창업자가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해 이처럼 다소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자 IT업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전세계 IT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을 고려할 때 마크 주커버그의 발언은 결코 가벼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페이스북은 지난해 말 프라이버시 정책을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에서 ‘본인의 동의를 얻어 공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논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상태다. 페이스북의 이같은 방향 선회는 2년전 쯤 리드라이트웹(http://www.readwriteweb.com) 등 IT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에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주커버그의 최근 발언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04년 내가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시작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해야하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왜 자신의 웹사이트를 가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5~6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블로그가 큰 흐름이 되었고,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사람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며,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인 규범이 아니다. 사회 규범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창업시에는 자신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만 개인 정보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만일 지금 페이스북을 창업한다면 가입자 정보의 공개를 디폴트 기능으로 제공하고 싶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규약과 전통에 구속되어 있다. 3억5천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는 사회적인 규범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

사실 페이스북 창업자의 이 같은 발언은 갑자기 불거진 것은 아니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유출되고 있는데, 문제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실시간 검색이 활성화되면서 트위터,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들이 실시간 검색엔진에 의해 가감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주목, 전문가들은 프라이버시 문제가 올 한해 인터넷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의 이번 발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의 발언에 대해 리드라이트웹 등 IT 팀 블로거 사이트들은 몇가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은 리드라이트웹의 마셜 커크페트릭의 주장이다.

“페이스북 창업자는 사회적인 변화상을 반영해 개인 프라이버시 정책을 바꿨다고 주장하지만 페이스북 그 자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주커버그가 너무 교만하다”

“주커버그는 블로그의 부상과 정보의 공유를 예로 들어 프라이버시의 보다 많은 공개를 언급했지만 블로그와 페이스북은 차원이 다르다. 3억5천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과 블로그, 그리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마이스페이스 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만 1억명 이상 가입한 대중적인 서비스지만, 블로그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직접 글을 올리지는 않는다."

“3억5천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가입자들은 자신들의 신뢰할만한 친구들에게만 자신의 신상 정보와 사진 ,동영상 등이 공유되는 것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는 많은 논란과 반대의견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정책을 변경하면서 미국의 전자개인정보센터(EPIC) 등 10여개 단체들로부터 사생활 침해행위로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소된 상태다. 전자개인정보센터(EPIC) 등 10여개 단체는 페이스북의 새로운 프라이버시 관련 규정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효과를 초래,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향후 FT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사실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를 둘러싼 논쟁은 그렇게 간단히 정리될 문제는 아니다. 거기에는 많은 복선과 경우의 수들이 숨어 있다. 인권문제와 자발적인 프라이버시 공개 등 문제가 겹치면서 따질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프라이버시 논쟁을 `강 건너 불 보듯` 방관만 할수 없는 것도 우리의 처지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