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첨단 IT가 북한 민주화 촉매제

[통일포럼]첨단 IT가 북한 민주화 촉매제

 그처럼 견고해 보이던 북한의 ‘철의 장막’도 누적되는 피로와 부식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대북방송과 타이머 장치가 달린 전단지가 북한 하늘을 날고, 한국과 외국의 영화와 음반들이 대량으로 밀반입돼 북한 안방에 보급되고 있으며, 첨단 IT가 북한의 장막을 허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로밍된 한국 휴대폰을 가진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의 ‘통신원’들은 앞다퉈 북한 내부 소식을 음성·메시지·사진·동영상 등으로 우리 대북언론단체에 실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북한에 있는 컴퓨터에는 중국 조선족이 이용하는 각종 디지털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애니메이션, 청소년용 교육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현기증을 느낀 지식인들은 새로운 정신적 지주를 찾아 디지털 성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사주박사·관상보기·손금보기 프로그램으로 신수를 보기도 한다. 재미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MP3플레이어를 갖는 것이 북한 청소년들의 제일가는 소원이다.

 일부 컴퓨터를 가진 가정이나 기관은 새로 들어온 외국 영화와 음반을 복제해 팔기도 한다. 저녁이면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집집마다 불이 꺼져 있지만 이불 밑에서는 VOA(미국의 소리)와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고 바깥세상 소식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북한 실상을 민주화 풀뿌리 현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그 의미를 IT에 의한 북한식 ‘점확산형’ 민주화의 시작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어찌됐든 바깥과 격리돼 우매한 노예의식과 빈곤한 삶을 강요당하던 북한 주민들이 첨단 IT 덕에 의식계몽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이제 북한주민들은 북한당국의 선전과 선동이 얼마나 위선적이며 반인권적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처럼 견고하던 북한의 ‘철의 장막’을 허물고 북한과 바깥세상 사이의 정보파이프 라인으로 북한 주민사이에 거센 정보의 양방향 흐름을 이뤄낼 수 있게 된 중요한 계기가 바로 IT다. 북한주민의 날로 높아가는 정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자생적 민주주의 계몽활동을 확산시키는 것은 지극히 인도주의적이고 타당한 일이다.

 그러자면 북한에 컴퓨터를 비롯한 더 많은 디지털기기들과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들을 보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관, 기업, 단체, 학교와 가정에서는 신종 컴퓨터를 구입하느라 엄청난 중고컴퓨터를 여기저기 쌓아놓고 있다. 북한은 이런 중고컴퓨터를 많이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전략물자수출통제조약이라고 불리는 바세나르협약와 미국 상무부 EAR 규제 때문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에 따르면 초당 2500만번 이상의 연산속도를 가진 컴퓨터(486급)는 보낼 수 없다. 현재 486급 컴퓨터를 어디서든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고, 바세나르협약이나 EAR 규제를 설정할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앞으로 최신형 컴퓨터 북한 반입은 계속해 규제하더라도 펜티엄Ⅱ급의 한 물 건너간 컴퓨터 정도는 들여보내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정부는 바세나르협약이나 미국 상무성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지역에 중고컴퓨터와 디지털기기를 들여보낼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중간계층부터 시작된 민주주의 의식계몽과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북한주민들의 ‘점확산형’ 민주화가 제3의 물결로 번질 것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romeo41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