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아이언맨에 숨겨진 산업 융합의 비밀

우태희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우태희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얼마 전 개봉한 ‘아이언맨2’란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첫째는 잘 생긴 용모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 알코올 중독에서 헤맸던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가 중년을 넘어 ‘토니 스타크’란 배역으로 할리우드 영화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입고 있는 스마트 수트의 기술적 진화이다. 총알도 뚫지 못하는 이 옷은 골드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음속으로 하늘을 날게 하는 추진력은 ‘아크원자로’라는 소형 핵융합장치 때문이다. 옷에 부착된 각종 장치를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데, 뇌의 전기적 신호를 읽어 기계로 전달하는 스마트전자제어시스템 덕분이다. 한 마디로 신소재, 미래 에너지원, 정밀 기계공학, 인공지능이 하나로 결합된 융합의 결정체이다. 아이언맨 수트와 같은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미국 록히드마틴 등에서 몇 년 전부터 실제 개발되고 있다.

 바야흐로 산업 융합의 시대이다. 정보기술·나노·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통 제조업 영역에서도 융합은 일어나고 있다. 승용차와 비행기를 결합한 개인용 비행기(PAV:Personal Air Vehicle), 배와 원유 시추설비가 결합된 드릴십, 분자공학을 접목해 인공 심장판막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메디컬 섬유가 그것이다.

 산업 융합의 시대에 정부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기술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융합을 부추기는 것이다. 둘째, 보다 본질적인 임무로서, 융합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다. 합의 시대에서는 산업과 기술이 합종연횡으로, 한편에서는 가지를 치고, 또 한편에서는 합쳐지면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남아 있는 규제는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금년 중 국회에 상정할 ‘산업융합촉진법’의 핵심도 규제 완화와 기업 애로 해소이다. 21세기를 맞아 세계경제는 저성장 단계로 진입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저성장을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만들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세계를 안정적 번영으로 이끌어온 엔진은 바닥났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고자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융합이 가장 유력한 해답으로 보여진다. 2002년 미국 상무부와 과학재단은 나노·생명공학·정보·인지과학 등 분야가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되는 것을 융합이라 정의하고, 세계 최초로 ‘융합기술전략’을 수립하였다.

 2004년 EU는 건강·에너지·교육 등 중점 분야를 선정하고, 융합기술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는 융합산업 세계시장 규모가 2013년 20조달러, 2018년 6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앞서 언급한 융합기술전략을 통해 인류 역사상 제2의 르네상스를 연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르네상스의 특징은 학문·예술·기술이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이다. 경계를 뛰어 넘는 거침 없는 상상력은 인간의 창조성과 지적 능력을 극대화한다.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제트기처럼 날아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를 상상하는 시대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시대로. 융합이 그 주역을 맡고 있다.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우태희 michael@r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