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북극항로

[사이언스 포커스]북극항로

 북극 바다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북극바다 얼음이 줄자 새로운 기회가 우리를 맞는다. 바로 ‘북극항로’다.

 북극을 통과하는 북극항로가 인도양을 대체할 새로운 항로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갈 수 없었던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아시아와 북유럽 사이를 기존에 절반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수익성을 고려한 해운 회사들은 서둘러 북극 항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항로 단축에 따른 실익만이 전부가 아니다. 북극에는 엄청난 자원도 매장됐다. 쇄빙선과 극지용 원유시추선 등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미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는 올 여름 북국 바다 얼음의 면적이 사상 최저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72년 절반 수준이다.

 한국과 유럽 사이에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배를 띄운다고 생각하자. 기존 유럽 최대 무역항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부산으로 항해하면 지브롤터해협, 수에즈운하, 말라카해협을 거친다. 통상 ‘인도양 항로’라 불리는 2만100㎞를 24일에 걸쳐 운항한다. 반면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거리의 절반 수준이면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북극 북동항로(1만2700㎞)를 통해 단 14일 만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연료 절감은 당연하다.

 북극항로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부존자원이다.

 북극은 그 동안 발견되지 않은 석유〃가스가 대량으로 묻혀 있다. 무려 전 세계 자원 22%에 달한다. 석유만 약 900억배럴이다. 알래스카 석유 매장량은 300억배럴에 달하며 유라시아 북극지역에는 탐사 자원 88%가 천연가스다.

 이미 북극해 연안은 석유, 천연가스 개발이 성업 중이고, 러시아, 미국, 노르웨이는 자원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향후 북극해 주변 자원 개발은 확대될 전망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 실장은 “전 지구적 자원 감소로 북극권 자원개발 필요성 증대 된다”며 “탐사시추, 수송기술, 수송로, 해상광구 개발 등이 북극지역 자원개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형적 고위험, 고비용 사업구조며 초기 개발 비용이 높고 환경보호 규제로 인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개발의 난제도 있다. 여전히 두꺼운 북극 얼음이 문제다. 쇄빙선을 동원해도 얼음을 깨고 나가기 쉽지 않다. 현재 기술로는 쇄빙선도 두께 2미터 이상 얼음을 뚫고 나아가기는 어렵다. 때문에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럽과 북미를 잇는 북극 북서항로의 경우 여름철에 한해 1년에 20∼30척 소형 선박 운항하는 수준이다.

 주변국 법령도 문제다. 북극해 항로와 관련한 법·제도 조건에는 유엔해양법 협약의 ‘결빙해역 규정’이 있다. 또 러시아 ‘북동항로 운항규정’도 있다. 이들 규정은 북극지역 내수와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과 그 외측 공해상 선박운항에 관한 제반 사항 규정한다. 선박운항절차, 선박에 대한 기술적 요건, 선박통항료 징수, 선박의 환경오염에 의한 책임 등을 규제한다. 여기에 러시아 ‘북동항로 가이드북’은 항로표지, 북극해 항로 진입 시 규정, 통항 절차 선박 요건 승무원 요건 쇄빙선 요율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 개적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길이 310미터, 폭 51미터의 세계 최대 쇄빙상선 개발에 성공했다. 이 선박은 북극해 가운데에서도 최극지로 통하는 1.7m 두께의 캐나다 빙해를 뚫고 6노트(시속 11㎞)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자체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해 극지 운항 인증을 받았다. 대우조선은 러시아 국영 조선 업체와 손잡고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츠베즈다 지역에 건설 중인 합작 조선소에서 극지용 상선을 생산할 계획이다. 북극해 유전 개발이 늘면서 극지용 드릴십 시장도 열린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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