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결산] 반도체 · 부품소재

 ◇반도체=올해 반도체 업계를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은 하이닉스 인수전이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현대중공업의 불참, STX 본입찰 포기 등 우여곡절이 잇따랐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끝에 SK텔레콤이 단독 입찰하면서 10년 만에 주인 찾기가 매듭을 지었다. 인수 가격은 3조 4267억원이다. 아직 정밀실사 중이어서 내년 1분기에는 인수가 완료될 전망이다. 하이닉스가 주인을 찾기는 했지만 메모리 업계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끝없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로 인한 PC시장 축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2Gb D램 가격은 지난해 연말 2.34달러에서 이달에는 0.88달러로 3분의 1수준으로 폭락했다. 낸드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내년 초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들도 대부분 수익이 악화됐다. 국내 팹리스 주요 고객인 LCD 산업이 침체되고, 스마트폰 분야에서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팹리스는 컨슈머용 반도체나 아날로그 반도체 등으로 전문 영역을 옮겨 위기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주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업계는 대형 LCD 산업 부진과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선전이 극명하게 대비된 한해였다.

 대형 LCD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TV 수요 부진 및 패널 가격 약세의 영향으로 수익성 부진이 지속됐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3분기 및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사업부장을 연중에 교체하고, DS총괄(DS부문으로 개편) 산하로 편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LG디스플레이도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대형 LCD 시황 회복은 새해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AM OLED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AM OLED 패널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다. 올해 AM OLED 시장 규모는 42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12억50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상 처음 PDP를 제치고 LCD에 이은 제2의 디스플레이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AM OLED 시장을 석권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올 2분기 세계 첫 5.5세대 라인을 가동한데 이어 새해 추가 공장 건설에도 본격 나설 예정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패드, TV 등 대형 패널 생산도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AM OLED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부품소재=부품소재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 않고 전방 산업이 급성장 중인 분야가 나홀로 고공 행진을 펼쳤다. 반면 수요 위축에 직격탄을 맞은 상당수 부품소재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마디로 호황에 불황이 중첩되며 희비가 크게 엇갈린 한 해였다.

 독보적인 성장세를 구가한 부품소재 업계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와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한 곳들이다. 터치스크린패널(TSP)과 카메라모듈,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3대 TSP 업체들인 에스맥·일진디스플레이·시노펙스 3개사는 올해 사상 처음 연매출 3억달러 시대를 열어젖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늘린 덕분이다.

 스마트폰 시장 수요와 올해 초 삼성테크윈 사업 철수가 겹쳐 카메라모듈 업계도 재도약했다. 특히 800만화소 카메라모듈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며 고화소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PCB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용 연성 PCB 업계가 큰 수혜를 누렸다. 스마트폰이 대용량·고집적화하면서 주기판(HDI)의 미세 공정 기술도 빠르게 진전하는 추세다.

 2차전지 산업도 스마트 기기 확산과 전기차 시장 도래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2차전지 산업 규모는 3조9000억원에서 올해는 4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2차전지 전통 강국이었던 일본을 처음 제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와 전력저장장치(ESS) 등 대용량 시장으로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아 나서면서 2차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주요 부품 가운데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은 TV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따라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신규 성장 산업인 조명 시장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감에 비해 시장 개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부품산업부 sem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