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정이 만들어 낸 자원개발 `합작품`

한-볼리비아 간 리튬배터리 사업을 위한 양극재 JV 설립 합의는 우리나라 민·관·정이 만들어낸 해외자원개발 합작품으로 평가된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볼리비아에서 경쟁국보다 한 발 앞서가게 됐다.

◇`열정과 기술`의 세레나데=지금도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가 품고 있는 리튬을 놓고 세계 각국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4년 전에 합작공장 설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은 진출이 늦은 우리나라 손을 들어줬다. 한국광물공사 측은 지난 3년간 열한 번 방문한 김신종 사장과 여섯 번 방문한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열정에 볼리비아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리비아는 비행시간만 25~27시간에 이르고 환승시간을 감안하면 꼬박 이틀이 걸린다. 해발 4000m에 달해 고산병과 저산소증은 방문객에게 최대 고통이다.

정부의 적극성과 함께 민간 기술력도 자원외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포스코 산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볼리비아 에차수 증발자원국장에게 리튬 추출기술(KB1·2·3)을 공개했다. 볼리비아의 자연증발 방식은 리튬 추출 공정기간이 12개월 걸리는데 비해 포스코 신기술은 1개월 이내 최소 8시간이면 가능하다. 리튬 회수율도 종전에 비해 50~8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준 포스코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를 방문해 양극재 공장 설립을 위한 현지 인프라를 점검할 계획”이라며 “해외에서 리튬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리튬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배터리 점유율 1위 굳힌다=LG화학과 SK에너지·삼성SDI 등 배터리 전문기업이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세계 1위 리튬배터리 생산국이다. 리튬수요는 연간 1만2000톤으로 필요한 핵심소재를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이번 HOA는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에서 리튬을 국내로 들여 올 수는 없지만 리튬배터리 전단계인 양극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완제품 산을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이 세계 리튬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로도 경쟁국에 비해 크게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G화학은 포드와 GM의 리튬전지 최대 고객이고 삼성SDI는 유럽에, SK에너지 역시 세계 시장 공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이번 기본계획 이후 산업공동위원회 등 민간기업과의 컨소시엄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며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 볼리비아 리튬배터리 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준비한다=현재의 리튬 생산만으로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국내 기업들과 공동으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이미 4만6000톤의 리튬광구를 확보했다.

이들 광산이 생산에 들어가면 10년 정도는 국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문제는 언제가 될지 단언할 수 없지만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상용화되는 시점이다.

김신종 사장은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양은 1g 미만이지만 전기자동차에는 최대 4230g이 필요하다”며 “리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바로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대비한 장기 포석”이라고 말했다. 리튬배터리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때를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리튬 수요는 최근 자동차용 배터리 등 2차전지가 차세대 석유 대체 에너지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 리튬 수요는 2010년 약 9만3000톤에서 2020년에는 세 배 규모인 약 31만톤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오준 사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매진하고 있다”며 “풍력·태양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리튬은 핵심요소”라고 말했다.

라파스(볼리비아)=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