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위기의 한국 SW 산업, 고급 인력 양성이 답이다

장인수 티베로 대표 insoo_chang@tmax.co.kr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연구개발(R&D)팀을 해체하고 중국 베이징의 R&D 조직으로 재편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중국은 세계의 고급 소프트웨어(SW) 인력들을 무섭게 흡수하고 있다.

[ET단상]위기의 한국 SW 산업, 고급 인력 양성이 답이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하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성장을 지양하고 고부가가치 SW 산업 육성에 나섰다. 2015년까지 SW 매출 3조 위안, 수출액 600억 달러 돌파를 목표로 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적극적인 SW 인재 육성과 유치에 돌입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대우, 세금 면제 등의 경제적 보상과 외국인 영주권 발급 등의 유인책을 제공하며 세계 SW 인력들을 유혹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떤가. SW 산업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자못 심각하다. 회사들은 일할 사람이 없고 있어도 대기업에서 다 빼내간다고 하소연한다. 대학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SW 개발이 힘들고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주요 대학 전자·컴퓨터공학과 전공자가 줄어들어 가르칠 학생이 없다고 한다.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인력 수급동향에 따르면 2015년까지 1만1990명 SW 고급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SW 인력난의 원인은 국내 SW 산업의 기초가 탄탄하지 못한 취약한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의 SW 시장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나 운용체계(OS) 같은 고부가가치 시스템 SW 보다는 노동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시스템통합(SI)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는 품질보다는 가격이 우선시되는 경쟁풍토, 국내 시장 중심 매출구조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SW 개발에 대한 연구 개발은 점점 등한시되고, 이를 책임질 고급 SW 인력의 설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재가 떠나간다면 국산 SW 산업의 앞날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SW 산업에 대한 더욱 올바른 이해와 장기적인 시선을 가지고 국가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창조경제론을 내세우며 다양한 SW 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는 고가의 해외 SW의 대안으로 오픈소스 SW를 기업체에 지원해서 SW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게 국내 SW 산업에 정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픈소스 SW는 표면적으로 무료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유지보수비용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해외의 오픈소스 SW를 그대로 도입함으로써 다시 한 번 해외 SW에 종속된 노동집약적 IT 서비스 산업만 키울 위험성이 존재한다.

SW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국산 시스템 SW 개발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이를 위한 고급 SW 인력의 육성에 나서야 한다. 탄탄한 시스템 SW의 기반 위에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SW 생태계가 생겨난다. 이러한 SW 생태계는 유능한 인재들을 불러 모으게 되고 이들을 바탕으로 SW 기술력은 더욱 발전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국산 시스템 SW 육성과 고급 SW 인재 양성은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의 과제로 일맥상통한다. 고급 SW 인재가 없으면 시스템 SW 개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마음껏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SW 파워를 업그레이드하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