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운명이 내주 국회에서 갈린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8일부터 상임위에서 이 개정안 처리를 위한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 측은 “18일과 오는 21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구체적 내용과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및 산업계 일각에서는 더욱 심도 있는 토론과 국민적 지혜가 모이지 않은 채 개정안 처리가 이뤄지는 데 우려를 나타낸다.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조항을 폐지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 여론은 없지만 공인인증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전자서명법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5월 말 현재 개인과 법인이 발급한 공인인증서는 각각 2700만장과 290만장으로, 폐지된다면 국민 불편과 혼란이 예상되는데다 전자정부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공인인증제도 존폐 여부를 둘러싼 국회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여럿 제기됐다.
공인인증서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는 법 개정보다는 제도를 개선하고 보안기술을 개발해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가령 외국인이 지금보다 손쉽게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공인인증 접근력을 높이고 소액은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공인인증서는 은행, 보험, 증권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고 전자정부 연말정산 세금계산서 등 국가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오병일 금융결제원 팀장은 “공인인증서는 공공재로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가. 국가적 낭비고 손실”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공공재로 자리 잡은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한다면 사설인증 기관이 난립하면서 공공재에서 소비재로 전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승곤 미래부 과장은 “법은 최소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추도록 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공인인증제도가 없어지면 누가 관리 감독하며 문제가 생겼을 시 어떻게 책임을 지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에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인`이라는 두 글자가 안전을 보장해 주는가”라고 반문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제3의 기관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도 공인인증서를 사용한다고 정부에서 발표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KISA 이외 루트인증기관이 하나 더 존재하면 인증제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고 개정안 통과에 의지를 보였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공인인증서를 피할 수 없어 족쇄가 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개정안에 반영된 루트 인증기관의 외부 감사는 외국 컨설팅 업체의 배만 불려 주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맥PC 사용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공인인증서는 유용한 인증수단의 하나지만 지금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현행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며 “특히 특정 분야에서 반드시 이것만은 사용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인터넷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