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세대 엑시노스에 자체 아키텍처 플랫폼 적용...AP 기술 한 단계 `점프 업`

삼성전자가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에 자체 아키텍처 플랫폼을 적용한다.

ARM 코어를 재설계해 독자적인 아키텍처 플랫폼을 엑시노스에 채택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의 칩 업체들이 ARM 코어를 쓰고 있지만,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맺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한 곳은 애플·퀄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AP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엑시노스5 옥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후속 모델에는 자체 아키텍처 플랫폼을 적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엑시노스5 옥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후속 모델에는 자체 아키텍처 플랫폼을 적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오스틴R&D센터(SARC) 주도로 ARM 코어 재설계 플랫폼을 장착한 차세대 엑시노스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차세대 엑시노스 개발을 완료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플랫폼은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이의 버스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ARM 코어를 사용할 때보다 데이터 처리 능력이 훨씬 빠르고 전력 효율성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팀은 올해 초 부사장급 팀장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국내외 칩 설계 핵심 인력 상당수가 포함됐다.

삼성전자 아키텍처 플랫폼을 적용한 AP는 최근 출시한 엑시노스5 옥타의 후속 모델이 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출시한다는 목표”라며 “기존 엑시노스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AP 플랫폼 개발을 위해 2~3년 전 ARM과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텍스A15, 코어텍스A9을 포함한 32비트 기반 ARMv7뿐 아니라 64비트 ARMv8도 포함됐다. 64비트 코어 계약은 향후 서버용 CPU 개발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엑시노스에 빅리틀 기술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이종 코어 설계 기술 빅리틀을 세계 처음 구현했지만 발열·설계 오류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이다.

빅리틀은 저전력이 장점인 코어텍스A7과 고속 프로세싱이 가능한 코어텍스A15를 원칩으로 구현한 방식이다. 전화·문자 등 단순 작업 때는 소비전력이 낮은 A7이, 동영상·게임 등 고속 프로세싱 작업에는 A15가 작동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ARM을 활용하는 단계에서 아키텍처를 다루는 수준까지 나아간 것은 아주 긍정적”이라며 “퀄컴에 맞먹는 새로운 아키텍처 플랫폼이 탄생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