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회자되지 못하는 지식재산 판사의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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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특허 침해 소송 결과가 늦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지식재산(IP) 전문변호사가 재미있는 대답을 했다. 그는 “판사가 특허를 잘 몰라 침해 여부를 결정하기 전 특허권이 무효가 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수첩]회자되지 못하는 지식재산 판사의 전문성

보통 특허침해 소송(민사법원)과 심결취소소송(특허법원)이 함께 진행된다. 침해소송을 담당하는 판사가 특허권을 이해하지 못해 특허법원에서 무효가 되는 상황을 보고 판결을 내린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법원에서 IP 담당 법관은 2년 주기로 보직을 변경한다. 업계에서는 “특허 침해 1심 판결이 나는 데 1년 이상 걸리는데, 판사들이 시간을 끌다 보면 해당 사건을 면피할 수도 있다”며 “IP 전문성을 쌓기에 2년은 너무 짧다”고 평가했다.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인 자격 부여를 두고 변리사와 변호사 사이에 법리 논쟁이 한창이다. 한 쪽은 재판장에서 기술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가 진술할 수 있는 권리, 증인을 심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IP분쟁 해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기술 연수프로그램을, 변리사에게 법률 연수프로그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하나 빠졌다. 정작 특허침해 보상액을 판결해야 하는 법관은 논쟁에서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전국 3000여개 지역 법원(기층법원)에서 IP 분쟁을 담당하도록 관할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IP 전문법원 설치 논의도 한창이다. 베이징에 파견된 특허청 특허관은 “특허 분쟁이 늘어나면서 법률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것이 배경”이라며 “관할 법원 확대로 IP 전문판사도 많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사법시험제도가 유연해 이공계 출신 판사를 채용, IP분쟁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 특허관의 설명이다.

IP 분쟁 해결 제도 선진화 방안의 전제로 신속성과 전문성이 꼽힌다. 시대적 요청이라는 얘기다. 이제는 변호사, 변리사뿐만 아니라 재판관에게도 신속성과 전문성이라는 시대적 요건을 요구할 때도 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