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이 유독 맥을 못 추는 나라가 있다. 일본과 중국이다. 우리처럼 자국 ICT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플 아이폰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76%에 이른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은 이달 상용화하는 4세대(G) LTE-TDD서비스에 아이폰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경쟁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일방적인 거부는 없다. 현지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도 수요가 있고, 돈이 된다면 한국산이라고 꺼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ICT와 달리 한국산 화장품, 의류, 식료품 등은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다. 한류 덕분에 판매가 급신장한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두 나라 소비자의 한국산 신뢰도가 높아지는 편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ICT 제품이 여기에 편승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두 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ICT 시장이다. 특히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증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시장이 됐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은 물론 기업용 정보기술(IT) 수요도 꾸준히 증가한다. 일본 역시 엔저 호황 덕에 ICT 수요가 살아난다.
두 나라 소비자의 한국산 ICT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낮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각을 가진 젊은 소비자들이 특히 그렇다. 맹목적인 자국 브랜드 선호가 이들에겐 없다. 정치외교 갈등에도 덜 민감하다. 원하는 기능이 많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면 한국산이라고 내치지 않는다. 우리 ICT 기업들이 바로 인접한 두 나라 시장을 공략할 좋은 시점이다.
혹시 우리 기업들이 과거 실패 경험 때문에 일본과 중국 시장 공략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타깃 층을 잘못 잡았거나 엉뚱한 제품 전략을 짠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두 나라 시장 전략을 백지에서 다시 짤 필요가 있다. 두 나라 소비자가 까다롭다고 하나 우리 소비자만큼은 아니다. 지금 우리 기업에 가장 절실한 것은 제품력과 시장 전략보다 어쩌면 자신감 회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