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트]KT 새 CEO 선임 상식에 근거해야

[테크인사이트]KT 새 CEO 선임 상식에 근거해야

우리나라 통신업계의 최고 자리인 KT 회장 인선 작업이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43명이나 지원한 사실도 어이없지만, 전직 KT임직원, 관료, 연구원, 대기업 출신 후보들이 경합을 벌여 흥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KT가 24조원 가까운 매출을 자랑하는 거대 통신 기업이고, 국민 생활에 직결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 또한 지대해 이번 인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크다.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인사다. 추천위원회 구성 등에서 잡음을 안고 시작해 결과 승복에 우려를 안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민간 기업 인사에 정부가 관여한다는 여론의 질타도 받을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그러나 사실상 인선 기준만 바로 세우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상식에 근거해 KT를 성장시킬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 상식에 근거한다는 의미는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사람이 선출되는 것이다. 선출이 끝나면 이러한 상식적 근거를 국민에게, 적어도 KT 직원과 주주에게 공개하고 지지를 받아야 한다. 과거와 같이 새 회장이 두루뭉술하게 지나가면서 반대파를 제압하는 술수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권의 압력도, 지역세나 인맥에 근거한 어떤 변수도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인사 선출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럴 리 없다는 섣부른 주장은 설득력이 사라진지 오래다.

실제 우리 사회는 인사의 부조리로 인해 신뢰를 잃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승진할 거라 예상되는 사람이 낙마하고, 예상외의 사람이 부상하는가 하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할 때도 있다. 특히 중요한 자리일수록 힘센 자들의 농간은 심해진다. 더 심각한 사실은 사람들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그런 현상에 점점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신뢰가 점점 상실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KT 회장 인선도 국민들은 동일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에서 누구를 낙점하는 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떤 능력으로 회장이 선출되었는가 보다 누구의 인맥이 작용했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누구는 어떤 인맥을 타고 지원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도 난무하고 있다.

이번만은 KT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그만큼 KT의 성장이 국민경제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식에 근거한 인선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번 인선은 KT에게는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 될 수도, 가라앉는 타이타닉호로 전락하는 입장에 처하게 하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신규 사업의 부재와 글로벌화의 미진함으로 통신시장에서 최고의 자리를 잃고, 경영진의 치부까지 드러나 국민이 외면하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KT 회장 추천에 관여하는 이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추천위원회는 KT에 대한 애정까지는 아닐지라도 국민들의 시선에 부끄러운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실마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국민과 적어도 ICT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KT의 회장의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누가 선출되느냐에도 관심 있지만, KT의 미래가 어떻게 열릴 것인가를 살피는 것이다. 단순히 회장 자리를 노리고 달리는 사람을 버리고, 우리나라 통신 사업의 중흥을 위해 통신선 아래 뼈를 묻을 수 있는 애정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회장을 기대한다. KT뿐 아니라 국민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통신 기업이 이번 회장 선출이라는 산고를 통해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객원기자·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