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과 독일 판결, 과도한 특허 분쟁에 경종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제 똑같이 울고 웃었다. 애플은 한국 법원으로부터 삼성전자가 자사를 상대로 벌인 특허 소송에서 승소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는 독일에서 진행된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소송 내용은 달랐지만 원고가 패소한 것은 동일했다.

판결 내용에도 일부 유사성이 보인다. 독일 특허법원은 애플의 키보드 언어선택 관련 특허(EP`859)가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 특허는 언어의 자음·모음 세트를 언어별로 저장했다가 메시지 작성 때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재판부는 이 특허에 앞서 선행기술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는 삼성전자의 상용 특허 중 2건은 진보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다른 1건도 삼성전자 특허 구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애플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진보성은 특허 발명자가 고유의 독보적인 기술을 창안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두 판결 모두 독창적인 혁신이 없는 특허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두 판결이 최종은 아니나 각국 법원들이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치열한 시장 경쟁은 특허 소송까지 번졌다. 상대를 혼내주겠다는 욕구가 지나친 소송전을 부른 셈이다. 나라도, 소송거리도 가리지 않았다. 각국 법원의 판결은 이런 무분별한 소송 제기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특허는 분명 보호해야 할 권리다. 하지만 그 권리를 찾는 것을 넘어 시장 경쟁과 자존심 싸움에 특허를 이용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일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부정하겠지만 두 회사의 소송전은 권리 찾기 수준을 넘었다는 게 세계 기술인의 시각이다.

두 판결을 계기로 두 회사는 소모적인 특허전을 끝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허의 혁신성을 가장 잘 판단하는 이는 판사도, 전문가도 아니다. 바로 시장과 소비자다. 아무리 베껴도 혁신이 없다면 당장 소비자가 외면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그 짧은 기간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며 정상에 섰다는 것은 둘 다 혁신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무모한 소송전이 이런 평가를 되레 깎아먹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