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환자 KT`에 `삼성식 수술` 집도하나…추천委, `선도자` 정신에 높은 점수

실적과 조직력 모두 망가진 KT, 새로운 전략 필요

“지식집약체인 반도체산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점을 가장 높게 샀다.”

16일 오후 늦은 시간 면접을 끝낸 한 KT CEO추천위원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CEO 후보 추천 배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 산업의 자존심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고, 높은 비전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고 황 전 사장의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황창규, `환자 KT`에 `삼성식 수술` 집도하나…추천委, `선도자` 정신에 높은 점수

◇`퍼스트 무버` 정신 높이 샀다

황창규 KT CEO 후보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가야 한다는 강한 신조를 가지고 있다.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황의 법칙`이 그랬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정설처럼 통용되던 `무어의 법칙`을 깨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1년에 메모리반도체 집적도를 두 배씩 늘리는 퍼스트 무버가 됐다. 4년 뒤인 2006년 발표한 `40나노미터 32기가비트 낸드플래시` 역시 인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선도적 성과였다.

그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우리 반도체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하니 해외 업체들이 꼼짝을 못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T CEO추천위는 이처럼 삼성전자 시절의 실적을 황 후보가 반도체산업에서 보여준 역량을 통신 분야에서 다시 한 번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 추천위원은 “최종 면접에 올라온 네 명의 후보 중 가장 걸출한 기업 실적을 보여준 것이 황 후보”라며 “CEO추천위의 바람이 어떤 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KT, `삼성식 수술` 받을까

KT는 실적과 조직력이 모두 망가진 상태다. 이석채 전 회장이 지난 10월 말 `전시체제`와 같은 비상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돼 있다. 일단 올해 모바일로 대체되는 유선뿐 아니라 무선통신까지 경쟁사에 가입자를 50만명 가까이 빼앗겼다. 통신 업계는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보조금 대신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해야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CEO추천위는 황 후보를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한 적임자로 판단한 셈이다.

이 전 회장 시절 논란을 낳은 `낙하산` 인사들로 인한 내부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CEO추천위원들은 “KT 출신의 CEO 후보들은 상호간의 비방이 지나쳤다”는 분위기다. 황 후보는 삼성전자 사장 시절 `부서 간 벽 허물기` 프로그램을 강하게 추진한 바 있다.

`탈통신`을 외치며 벌렸던 각종 신사업이 지나치게 문어발식으로 추진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를 정리하는 데 황 후보의 능력이 발휘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황 후보는 삼성전자 사장 퇴임 후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을 맡아 `깨진 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 R&D에 △민간 중심 △시장 연계 △융·복합 △개방형 혁신 등을 키워드로 대수술에 나선 경험이 있다. 일부에선 `삼성식 구조조정`에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