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빛 바랜 의료기기산업 육성 정책

산업부·복지부·미래부·식약처·중기청·특허청 등이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의료기기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이 발표됐다. 국정과제인 ‘보건산업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정책 로드맵은 의료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인으로 보고 진출을 검토해 온 대기업이나 창업을 준비한 벤처기업 모두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 7대 의료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도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는 원격진료 ‘선입법-후시범사업’을 고수하던 정부가 의사협회에 밀린 가운데 옹색하게 진행됐다는 점 때문에 정부 육성 의지가 이미 빛바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일 낮 12시 투표가 종료되는 의사협회의 원격진료 정부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가 ‘합의 무효’로 나오게 되면 원격의료와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는 그 추진 동력이 크게 감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IT 융합제품 분야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을 보유했다. 초음파 영상기기 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 등 IT 기반 제품은 이미 기술과 생산력을 겸비하고 있다. 대기업도 신성장 유망산업으로 의료 분야를 확정하고 R&D 투자 확대 준비가 끝난 상태다.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면 건강보험 절감 1조5000억원, 환자본인부담금 절감 1조2000억원, 교통비 절감 1350억원 등 연간 2조8159억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하고 4조원 가까운 경제적 부가가치 기대효과가 있다는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의료기기산업이 바이오산업 가운데 가장 빨리 성공 단계에 진입하고 IT산업처럼 세계적인 우리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와 의료기기산업이 제자리를 맴도는 가장 큰 원인은 규제에 있다.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이 절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산업적 유망성과 국민 보건 기여도, 고용창출 효과 등에 확신을 가진다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정부조차 우왕좌왕하는 불투명한 시장에서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며 창업과 사업화에 도전할 기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