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회 미래방송통신위원회가 법을 만들었다고 뉴스가 됐다.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한 건의 법도 만들지 못해 ‘입법 제로’라는 놀림을 받은 미방위가 지난달 30일 원자력안전법, 단말기유통법 등 계류 법안 37건을 일괄 처리했다. 중복 법안을 통합 처리했으니 이 정도지 원래 법안소위 상정은 120건이 넘었다.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방위를 식물국회로 만든 것은 방송법 개정안 때문이다. 방송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는 여당이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2월에는 합의하고도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 조항을 뺀 개정안에 합의했다.
문제는 방송법 개정안 논란으로 인해 다른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쟁점 법안 처리를 다른 법안과 연계하는 그릇된 관행 때문이다. 세가 약한 야당이 이 수단을 쓰고 싶은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아주 나쁜 버릇이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불신을 자초한다. 전혀 다른 법안과 처리를 연계하는 관행을 빨리 없애야 한다.
방송법 개정안 논란에서 여야가 일치한 생각이 있다. 방송이 여당에 유리하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야당은 이 때문에 공정성 장치를 두려고 애를 쓰며, 여당은 막으려 한다. 이 점에서 방송법 논란에 부끄러워 할 사람은 미방위 의원보다 방송인이어야 한다. 정치 편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방송 보도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지상파방송 3사보다 일부 종편채널과 인터넷방송이 큰 호응을 얻었다. JTBC 메인뉴스 시청률은 한때 지상파방송사에 근접할 정도로 약진했다. 기존 지상파방송사, 특히 공영방송사가 합리적 비판을 소홀히 하면 시청자 외면을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같은 종편이라도 JTBC와 다른 채널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엇갈렸다. 이를 보면 편성위원회 설치와 같은 공정성 강화 장치보다 방송사의 철학과 윤리가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뜩이나 인터넷, 모바일로 인해 실시간 방송 시청이 줄어든다. 방송사는 미방위를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 제 역할을 다했는지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