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 해외로 눈 돌리는 은행...현지화는 기본, 수익성까지 노린다

은행업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손꼽혀왔다. 휴대폰이나 반도체, TV 등 제조업이 해외 수출을 통해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과 달리, 은행은 ‘안정성’만 강조하면서 편한 영업을 한다는 지적도 들어왔다. 글로벌 기업과 직접 큰 경쟁도 없고 추가 성장의 계기도 열심히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은행도 이제는 ‘글로벌화’에 나서지 않고는 별다른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 더이상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쟁을 미뤄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국내 제조·서비스기업의 해외 진출에 발맞춰 금융 서비스의 밀착 지원도 필요하다.

은행권도 최근 글로벌을 화두로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규제가 각기 다른 각국 상황에 맞춘 적극적 현지화가 필수로 꼽힌다.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까지 염두에 둔 접근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종합 금융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은행과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해외진출은 신흥 성장시장을 중점 지역으로 꼽고 있다. 위험 부담을 고려해 진출 여부를 결정하고, 현지 특성을 감안해 경쟁력을 보유한 비즈니스 영역에 집중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는다.

아시아지역에서는 기존 네트워크 확대 재편 및 네트워크 신설을 병행한다. 향후 지속 성장세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적절한 규모의 인수합병(M&A) 또는 지분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중장기 해외 진출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중국현지법인의 상하이 분행 신설을 통해 중국 내 영업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런던현지법인의 지점 전환을 추진했다. 조달비용을 절감하고 기업금융 및 IB부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현재 5% 수준인 해외 자산, 수익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부 전략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했다.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현지화를 뜻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합성어다. 해외진출 시 현지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올해 민영화라는 풀어야 할 큰 숙제를 안고 있지만, 포화 상태의 국내 시장을 넘어설 돌파구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진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 두바이 지점 개설, 브라질 현지법인 설립,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지분인수 등을 추진해왔다. 해외 영업망을 중장기적으로 300여개까지 확대해 해외 자산과 수익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캐나다 현지법인이 캐나다 최대 도시이자 경제활동 중심지인 토론토(Toronto)에 세 번째 채널인 손힐지점(Thornhill Br.)을 개점했다. 손힐지점은 한인 밀집지역인 손힐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규모 주상복합단지인 ‘월드온영’ 빌딩 1층에 입점했다. 6월에는 폴란드 남부의 최대 공업 도시며 물류중심지인 브로츠와프 지역에 유럽신한은행 폴란드 대표사무소가 마련됐다. 브로츠와프는 서쪽으로는 독일, 남쪽으로는 동유럽 공업중심지인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와 인접해 동서 유럽 연결지로서 교통이 발달해 일찍이 공업도시로 발전했다. 유럽 최대 가전 생산기지로 변모하면서 LG그룹 등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지역이다. 신한은행은 이처럼 특화된 거점 기지를 중심으로 집중공략 방식의 글로벌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 그룹은 2025년까지 글로벌 수익비중 40%를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미국을 현지화 거점으로 꼽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지 교민 중심의 초기 영업에서 시작해 현지 기업금융 쪽으로 영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올해 시드니 점포의 지점 전환, 미얀마 파이낸스 시장 진출, 러시아 현지법인 설립(외환은행) 등으로 글로벌화를 진행 중이다. 현지 민생은행과 전략적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글로벌화와 함께 현지화에도 집중한다.

하나금융은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에 관심이 높다. 중국과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화교 네트워크에 대한 영업기회 확보와 종합 금융서비스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외환은행은 올해를 ‘글로벌 금융 혁신 원년’으로 선포했다. 외환은행은 현재 9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 해외진출 확장 △적극적 현지화 추진 △하나금융 및 현지 금융사와의 시너지 확대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놓고 있다.


◆해외진출 우수 사례: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진출

지난 2012년 6월 5일 이순우 우리은행장(오른쪽)이 Saudara Bank 최대 주주인 Hilmi Panigoro 회장과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5일 이순우 우리은행장(오른쪽)이 Saudara Bank 최대 주주인 Hilmi Panigoro 회장과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매년 6~7%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풍부한 천연자원, 약 2억5000만명의 인구 등 잠재시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진출 확대에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지난 2010년부터 현지은행을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전담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2년여에 걸쳐 적합한 은행을 물색했다. 마침내 2012년 6월 고객층과 네트워크, 우리은행과 시너지 제고 측면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은행인 사우다라은행 주주와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다라은행은 지난 1906년에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은행이다. 110개 전국네트워크를 갖추고 현지 리테일 영업에 강점이 있다. 경영진의 개혁의지가 매우 강한 은행으로 우리은행으로서는 인수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였다.

계약 직후 우리은행은 인니중앙은행에 지분인수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현지 금융법 개정과 의회의 자국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은행의 지배력 확대 우려 등으로 장기간 인수승인이 지연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현지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2개 시중은행을 비롯한 약 10개 이상의 외국계 은행의 지분승인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을 계기로 변화가 생겼다.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은행의 현지은행 인수에 대해 요청했고, 그 결과 지난 3~4년간 인니에서 이뤄진 외국계 은행에 대한 최초 인수승인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 인니중앙은행은 즉시 우리은행 이순우 은행장에게 주주적격성심사를 위해 인니 방문을 요청했다. 우리은행은 즉각 심사에 응했다. 또 인니중앙은행이 승인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양국간 금융업 진출을 위한 조건에 우리정부와 감독 당국까지 적극적 협상에 임하면서 마침내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현지 사우다라은행 인수합병을 계기로 쟁쟁한 현지 로컬, 글로벌 경쟁자를 제치고 상위권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최상학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은 “현재 우리은행만으로는 60위 수준, 사우다라와 합치면 40위 정도”라며 “현지 은행 20위권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규제는 부담요인이다. 인도네시아는 간부직원의 50% 이상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게 하는 등 외국인에 대한 정원 관리가 엄격하다. 또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담당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정보를 요구하는 등 당국의 규제가 만만치 않다. 이 점은 현지 밀착화, 좋은 기업문화 제공 등으로 지속적으로 극복해 가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해외 진출, 수익성 확보·철저한 현지화 필요

은행의 해외 진출은 조직의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까지 확보하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외 진출 초기에 투자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안정적 재무관리와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정확한 사전 기획이 우선 필요하다. 단순히 영토확장 차원의 ‘깃발 꽂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현지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금융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현지 텃세가 심한 편이다. 규제도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이를 고려한 세밀한 셈법이 필요하다.

‘현지 공략에 나선다’는 접근은 위험하다. 로컬 금융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 없이 돈만 벌러왔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현지 인심에 반해서는 절대 해외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사업이라도 모두 같은 전략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나라별 특성에 맞는 진출과 영업전략, 현지화 프로그램을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성 확보도 필요하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 해외 점포의 지난 연말 기준 총자산 규모는 778억4000만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88억2000만달러(12.8%)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해외 점포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억2160만달러에서 2012년에는 6억3620만달러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4억5290만달러로 더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의 해외 진출은 의미있는 작업이지만 자칫 해외영업 확대가 은행 전반의 건전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해외 점포의 영업현황을 파악하고 위험요인을 분석하는 등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국내 은행 해외 진출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2013년말 현재)

[표] 국내 은행 해외 지역별 당기순이익 현황 (단위: 백만달러, %)

(자료: 금융감독원)

[표] 국내은행 지역별 해외점포 총자산 현황 (단위: 억달러, %)

(자료: 금융감독원)

[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 해외로 눈 돌리는 은행...현지화는 기본, 수익성까지 노린다

[창간 32주년 특집2-새로운 기회, 창조] 해외로 눈 돌리는 은행...현지화는 기본, 수익성까지 노린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