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증권사 움직임은

증권업계가 바라보는 핀테크 시각은 금융권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에 디지털 개념을 도입한 곳도, 스마트금융으로 이끌어온 것도 증권업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 핀테크 논의에서 증권업은 논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종사자 속내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 주식시세를 알리는 서비스에서 시작한 홈트레이딩시스템은 PC통신 시대를 거쳐 IMF금융위기 전후에 맞은 증시 활황기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 이후 꾸준한 HTS 발전은 모바일트레이딩, 스마트트레이딩으로 진화해 왔다.

근래 핀테크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한참 전에 증권업은 이미 기술을 금융에 접목해 금융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며 발전해 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업 종사자가 핀테크를 보는 눈은 의구심만 가득했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 발언에 증권업계도 대세를 따르는 모양새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4일 “2분기 중 금융투자규정을 개정해 증권사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진출을 허용하고 전자증권 제도는 올해 상반기 중 관계부처 간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에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을 허용하면 은행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충전식 선불카드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해진다. 충전카드로 주식을 사고팔고 지불결제까지 한다.

문제는 증권사 반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핀테크 대응작업을 펼치고 있다. 계열사 실무부서별로 활용방안을 취합하는 중이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이미 핀테크에 한 발 다가간 사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자사 모바일트레이팅시스템을 이용한 직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금이나 카드가 없을 때 증권계좌에 있는 돈으로 일반 상품결제가 가능하다.

현대증권은 지난 3월 모바일 앱 ‘체크 에이블’을 내놨다. 증권사 최초로 출시한 체크카드를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카드·뱅킹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종룡 위원장이 찾은 핀테크기업으로 유명한 위버플과 사업을 펼치는 증권사도 있다. 대신증권과 동부증권은 위버플과 관련사업 제휴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부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다.

금융투자업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해외사례 스터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정책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나와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자본시장이 핀테크 진출에 소극적인 이유와 관련해 황극인 코스콤 기술연구소 R&D부서장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아직도 핀테크를 단순한 지불결제·송금 등으로 보고 할 일이 없을 것이라 미리 재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해외에 비해 범위 자체를 협소하게 보기 때문에 더 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부서장은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투자은행(IB) 보다 상업은행(CB) 비중이 월등이 높고 그나마 금융투자업도 브로커리지 영업에 치중해 있다”고 지적하고 “모험자본을 양성해 벤처기업투자를 늘리는 일을 금융투자업이 직접 담당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핀테크기업도 키우고 금융투자업 자체도 핀테크를 받아들이는데 유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테크 규제 현황 및 개선방향
자료:코스콤

[이슈분석]증권사 움직임은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