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Eco system]기술·자금 나누며 `윈윈`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건강한 생태계는 이제 생존 필수 요건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후방기업과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생존 모델을 만들어야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방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라 전략적 협업이 필요하다. 기업 비밀을 철저히 유지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필수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경쟁력 있는 후방기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이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려 애쓴다. 수요기업이 필요한 것을 제안해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협력사가 더 신선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먼저 제안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성공 사례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 생활가전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만큼 대규모 협력사 풀을 갖추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3년부터 운영해온 ‘협력사 인력파견 제도’는 사내 우수 인력을 반도체 협력사에 2년간 파견하는 제도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에 전문 인력을 보내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경영 노하우도 전수한다.

반도체 장비기업 케이씨텍은 이 제도를 이용해 자체 개발한 장비 성능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에서 파견한 직원과 함께 잦은 고장 문제를 해결해 외산보다 높은 성능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사업장에 상근하는 제조·건설·환경안전 관련 협력사에 ‘생산성 격려금’과 ‘안전 인센티브’ 등도 지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08년 동반성장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협력사와 기술·정책을 공유하는 등 상생 효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허지원시스템을 운영하며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에 대한 국내 특허를 협력사와 공유한다. 전문 인력을 지원해 컨설팅도 제공한다.

동반 성장 프로그램은 2·3차 협력사에도 적용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 구입비를 지원하거나 공정·생산기술을 비롯해 경영 등에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임금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상생협력 임금 공유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동반성장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사회적 역할 이행을 약속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그동안 일부 기업이 성과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를 운영한 사례는 있지만 임금 인상 일정액을 협력사에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직원이 임금 인상분의 10%를 내면 회사가 10%를 추가로 내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천·청주 사업장에 근무하는 4000여명 협력사 직원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안전·보건 환경 개선 투자에 사용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