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가격, 역대 최저라는데...도시가스 인하 폭은 기대 못 미쳐

액화천연가스(LNG) 스폿(현물)가격이 반토막나 역대 최저점을 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직된 도입구조로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스폿(현물)가격이 반토막나 역대 최저점을 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직된 도입구조로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스폿(현물) 가격이 반토막 나 역대 최저점을 지나고 있지만 도시가스 가격 하락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상당량 LNG 물량이 장기공급계약에 묶여있어 가격 하락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장기계약 물량을 줄이고 스폿 도입 비중을 높이려 해도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발목을 잡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LNG 스폿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마커(JKM)는 MMBtu(100만파운드 물을 화씨 1도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4.2달러(4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5월에는 4.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JKM 기준 역대 최저치다. 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시차를 두고 연동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LNG 가격도 급락세다. 지난해 3월 MMBtu당 8달러에서 1년새 반토막났다.

하지만 LNG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예상만큼 큰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도시가스 요금 총 인하 폭은 32%로 최근 국제 시장 LNG 가격 하락 폭보다 적다.

이유는 가스공사 도입 물량 상당량이 장기공급계약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수급 안정을 위해 해외 LNG 판매처와 20년 내외 장기계약을 체결한다. 전체 물량을 정하고 이를 도입기간 동안 나눠서 들여온다. 가격은 스폿 가격에 따라 약간 조정은 있지만 외부 가격에 따라 변동이 큰 구조가 아니다. 현재 가스공사 LNG 구매가격은 업계 추산 MMBtu당 8~12달러 선으로 스폿 물량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높다.

LNG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장기공급계약 도입 물량을 줄이고 스폿 물량 도입 비중을 늘리려 해도 불가능하다. 구매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계약 관행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주로 카타르, 오만,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 LNG를 구매한다. 단일 구매 물량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도착지 제한이나 의무 인수(Take or Pay) 조항 등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적용받는다.

LNG 인도 장소를 특정 국가로 제한해 수입국은 LNG가 남아도 다른 나라에 되팔 수 없고 수입국에서 물량을 가져가지 않아도 무조건 정해진 금액을 생산국에 내야 한다. 중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LNG 카르텔은 가스 가격이 오를 때는 상승 폭을 반영하지만 하락분은 오롯이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따른다.

거래선 다변화가 대안이지만 러시아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는 대북문제로, 미국 셰일가스는 운송비 부담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

가스공사도 오랜 기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국내 LNG발전소 가동률 저하, 도시가스 사용량 감소로 수요까지 줄고 있다. 장기공급계약 물량을 융통성있게 조정하고 싶지만 부담만 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아시아 LNG 시장이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 독점체제로 형성돼 있어 일본과 우리나라가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고 본격 개선에 나선 상태로 미국, 동아프리카 등 신규 도입선을 확보해 우리 구매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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