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창조경제]창업자가 주도하는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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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6월 여수시 덕충동 옛 GS칼텍스 교육장에 마련된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지역 대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6월 여수시 덕충동 옛 GS칼텍스 교육장에 마련된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아 지역 대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시작부터 지역과 전담 기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낳았다. 밑으로부터 이뤄진 상향식 창조경제가 아니라 `톱다운` 방식으로 일사천리로 만들어졌다.

2014년 3월 26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4월 28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이후 대통령 주도 아래 대기업을 전담사로 지정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9월 15일 대구부터 시작해 2015년 7월 22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을 마지막으로 전국에 15개 대기업이 전담하는 17개 센터가 들어섰다.

이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자체 발굴, 육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나눠주기식 정책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소속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9월 내놓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종합평가보고서에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가장 중요한 투자펀드 부문이 부실하고 대기업에 센터운영비를 기부금으로 처리하게 만드는 등 부담만 안긴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별 기부금 현황을 보면 2015년에서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적게는 3100만원(전남)에서 많게는 121억원(광주)을 지원하고 있다. 펀드 운용 실적도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일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에 입주 공간을 무료 제공하면서 벤처 창업 생태계를 왜곡시킨 주범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가 자생해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1년여 만에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창업 공간 확산이 이뤄졌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모습. 산업과 스타트업 문화가 발달한 서울과 수도권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비해 자본, 인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창조경제혁센터일수록 전담 기업의 운영 부담은 더욱 커진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모습. 산업과 스타트업 문화가 발달한 서울과 수도권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비해 자본, 인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창조경제혁센터일수록 전담 기업의 운영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팅이나 액셀러레이팅 공간에 입주할 때 별도 비용을 지불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공하는 교육이나 멘토링, 마케팅 제휴 지원 프로그램 등을 해외에서는 유명 액설러레이터가 유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액셀러레이터는 보육 기업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선에서 엔젤 투자를 진행하고, 해당 기업의 7~10%에 해당하는 지분을 받는다. 이는 나중에 보육 기업이 성장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는 장기 수익이다.

액셀러레이터는 보육 기업에 8~10주가량 강도 높은 입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비용을 받는다. 단기에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운영비 등을 벌 수 있다.

벤처 창업 생태계가 발달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액셀러레이팅 시스템이 활발하게 돌아간다. 이를 사업화해 위워크 등 공간 비즈니스 사업을 창업한 기업도 있다.

이와 반대로 국내 액셀러레이터도 입주 공간 무료 제공 서비스에 익숙해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단기 수익 모델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실상 생태계가 정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기업은 무료로 입주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니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들어가지만 막상 그곳에서 제공하는 교육이나 이벤트는 이른바 `머리 수 채우기`라고 생각해 참가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시간과 사람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입주 기업에 교육이나 멘토링을 제공하고 이를 성과라고 말하는 운영 기관과 승강이를 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꼬집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