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에너지 이니셔티브 2020-자원·기후변화 위기, 기술로 극복해야

[신년기획]에너지 이니셔티브 2020-자원·기후변화 위기, 기술로 극복해야

지금 세계 에너지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있다. 요동치는 국제유가부터 신기후체제 조기 출범에 따른 에너지 시스템 재편, 신보호무역주의에 의한 자원무기화까지 당장 새해 무슨 일이 발생할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가별로 원자력·석탄에 대한 정책이 갈리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개발기구(OPEC)과 셰일오일 등 비전통자원 업계와 신경전도 향배를 종잡을 수 없다. 자원에서부터 전통에너지 시장의 위기론까지 더해지면서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원 믹스 새로 고민해야

불안한 에너지 정세가 계속되면서 해외에서 거의 모든 에너지자원을 조달하는 우리나라는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당장 신기후체제만 하더라도 정부는 감축로드맵을 내놓으며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반기후변화 대응 기조가 꿈틀거리면서 산업계는 눈치작전이 오히려 극심해졌다.

정책적으로는 아직 전체 에너지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비중과 원전, 석탄, LNG 중심 전원 구성을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포집하기 위해 설치돼 있는 전기집진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포집하기 위해 설치돼 있는 전기집진기.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2020년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문제는 에너지 전원 믹스다.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석탄화력 폐지계획이 잡히면서 전원 믹스 변화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2018년 서천화력 1·2호기 폐지를 시작으로 2020년부터 석탄화력의 폐지가 본격화된다. 나머지 석탄화력은 환경성 개선을 위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국가 전력공급력 상당 부분에 공백이 발생한다.

굳이 미세먼지 대책이 아니더라도 신기후체제 대응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탈(脫) 석탄 정책 방향이 잡혀있다. 활용 자원 다양성 차원에서 일부 석탄화력 설비는 남겨놓겠지만, 국가 주력 발전설비에서 석탄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석탄 공백을 무엇으로 대체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단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무게를 뒀다. 반면에 발전업계는 원전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해법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석탄과 마찬가지로 원전 역시 신규 건설 역시 국민 반발이 커질수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은 향후 원전 정책에 있어 계속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시간 석탄과 원전 운영 여건이 어려워지는 것은 국가전력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가 전력설비 비중은 원전 22%, 석탄 28%, LNG 33%, 신재생 7%, 기타 10% 정도이다. 반면, 발전량 비중은 원전 33%, 석탄 34%, LNG 19%, 신재생 3%, 기타 11% 정도로 원전과 석탄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원시장 불확실성·기후변화·사회적 합의 3가지 측면에서 현재의 전원믹스 시스템은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기술과 시장 확대로 전원믹스 전환 리스크 줄여야

당장 새해부터 석탄화력 가동률 감소는 현실로 다가온다. 다수 발전소가 환경설비 개선과 리트로핏 작업에 들어가면 일정기간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전력 시스템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이 따른다.

원전은 당장 이 공백을 대체할 수 없다. 이미 석탄과 마찬가지로 기저발전으로서 모두 가동 중이고 신규 건설에 대한 반대는 여전하다. LNG 발전소는 시장가격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발전소 건설에 지역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LNG도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는 설비용량과 발전 효율이 현격하게 낮아 LNG보다 심한 가격상승에 더해 전력 품질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전기 생산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에 사용량은 계속 커지면서 에너지 시장은 신기술 개발과 발전원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일반인도 손쉽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소규모 발전원을 늘려 국가 전체 수급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가 중점 추진 중인 에너지신산업 역시 기술과 제품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융합에, 사업 분야에서는 마이크로그리드 등 분산형 전원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시장이 분산형 전원 형태로 발전할수록 기존 대형 사업자 역할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용량도 작아지고, 소규모 전기 수용가는 자급자족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대형 발전소는 수급안전용 정도로만 활용되고 한전과 같은 사업자는 계통망 유지와 임대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중요성도 계속 커지고 있다. 에너지 시장 흐름이 `많이 생산해 넉넉하게 쓰는 것`에서, `적게 생산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쓰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 가구에서 사용하는 전자 기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분산형 전원이 보편화될수록, 에너지 효율화는 차별화 포인트를 넘어 필수요소로 정착될 것이다.

하지만 분산형 전원과 에너지효율 중심의 전원믹스 모델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소규모 발전원의 보급·확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해 석탄화력과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의 도래,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원 간 가격현실화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에너지를 비용을 지불해 공급만 받지 않고, 직접 시장에 참여해 생산도 할 수 있는 시장제도와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장 구조와 문화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는 절전행동을 실제 발전소 생산전기와 동일하게 가치를 매겨 거래하는 방법도 있다. 한전에서만 구입하던 전기를 이웃으로부터 사들일 수 있고, 신재생 전기를 한전에다 팔 수도 있다. 모두가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시대가 열렸다.

ICT시장에서 집단지성이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온 것처럼 에너지 십시일반이 전원믹스 전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총에너지원별 소비증가율(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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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별 석탄 소비변화량(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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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과 전력수요 추이(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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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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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