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號 공정위, 조사국 되살려 대기업 감시 대폭 강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3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할 때부터 유력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재벌개혁 이슈에 정통한데다 다양한 자리에서 공정거래 정책 관련 강한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가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조사국 부활과 대기업 감시 강화다. 공정위 조사국은 국민의정부 시절 대규모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조사로 2년 반 만에 총 30조원의 지원성 거래를 적발·제재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곳이다.

현재의 시장감시국을 조사국으로 확대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국 시선은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에 맞춰질 전망이다.

김 내정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 대상은 30대 기업의 자본 절반이 몰려있는 4대 재벌로 좁혀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면서 “현행법을 집행할 때 엄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 발언은 표적 수사 의지보다는 4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집단 감시를 대폭 강화해 경제계 전반에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선 전날이었던 지난 8일 김 내정자는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공정거래 정책 관련 질문에 “내가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재벌개혁과 관련 “4대 그룹만 조사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벌써 긴장한 모습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 내정자의 과거 활약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 다소 약화됐던 공정위의 대기업 감시·처벌이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기업 관계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정위의 첫 타깃이 우리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며 다른 대기업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국 부활의 선결 과제는 공정위 인력 확대다. 대기업집단 감시를 강화하려면 현재 540명 수준인 공정위 정원을 늘려야 한다. 총정원 확대 없이 다른 부서 인력을 조사국으로 집중 배치하는 것은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이라는 게 공정위 내부의 공통 인식이다.

김 내정자는 전속고발권 폐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아가 공정위 소관 법 집행 체계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내정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괄적인 (공정위 소관 법) 집행 체계 개선은 심도 있는 연구와 국회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고발권 같은 형사문제, 행정규제, 나아가 이해관계자 민사소송 등 집행수단 전체를 놓고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내에서 김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교수 출신'이라는 부정적 인식 보다 '전문가'와 '합리적 성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편향된 주장을 하기보다 합리적 판단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전문가인 만큼 김 내정자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