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허 실시권자 보호책 필요"...특허 이전·특허권자 파산 시 대책 부실

특허 사용(라이선스)계약을 맺은 특허권자가 제3자에게 권리를 이전하거나 파산할 경우 실시권자를 보호할 제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시권자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허권자의 권리 양도나 파산으로 특허 사용이 중단되면 해당 특허 활용을 전제로 진행한 투자가 업체 손실로 이어지고,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한적 법정실시권'이나 '통상실시권 간이 등록제도' 등 대책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게티이미지뱅크>

◇“미등록 실시권자 보호 부실”

특허 이전과 특허권자 파산이 발생했을 때 특허 사용 여부가 불안해지는 이들은 특허청에 통상실시권을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통상실시권자'다. 특허청에 등록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전용실시권과 달리 통상실시권은 특허권자와 실시권자의 사용계약 체결만으로도 유효하다. 또 특허청 등록이 오히려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등록률이 저조하다.

노경섭 전 KAIST 교수(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 분석에 따르면 2007~2011년 통상실시권 등록률은 6.6%(10만3911건 중 6898건)에 불과하다. 한 건에 4만3000원인 통상실시권 등록비 부담 외에도 실시료·특정 기술 사용 등 공시 이후의 업체 전략 노출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문제는 미등록 실시권자가 사용하기로 계약한 특허가 제3자에게 이전되거나 특허권자가 파산했을 때 보호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현행 특허법(118조 1항)은 “통상실시권을 등록한 때에는 등록 후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취득한 자에 대해서도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 내용을 특허청에 등록해야 새 권리자의 손해배상·침해금지 청구에 대항할 수 있고, 특허권자가 파산한 경우에도 파산관재인의 계약 해제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실시권 계약이 대부분 특허청에 등록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미등록 실시권자는 특허 이전·특허권자 파산 등 권리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문제 불씨 여전”

미등록 실시권자의 불확실한 지위가 이제껏 부각되지 않은 것은 특허에 대한 인식 부족과 업계 관행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허 사용계약을 작성할 때 대체로 권리 이전과 특허권자 파산 같은 경우도 포함한다”면서 “해당 내용이 계약에 없더라도 특허를 다량 보유한 권리자가 파산한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지영 조선대 교수(법학)도 “실시권자는 특허 사용계약에 자신의 동의 없이 특허를 제3자에게 처분할 경우 계약상 지위까지 승계하는 규정을 만들거나 특허권 행사를 막는 서면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교수도 문제 불씨를 없애려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현행법상) 특허청 등록이라는 공시로만 실시권자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어 미등록 실시권자가 계약서만으로 대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실시권자가 특허 양도 등이 불합리하다며 기존 특허권자에게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시권자가 특허를 계속 사용하도록 법적 보장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교수도 “미등록 실시권자 지위 불안은 특허 사용계약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고 기술이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실시권자 지위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완책 필요”

현재 미국과 독일은 특허권이 이전돼도 등록 등 대항요건을 따지지 않고 미등록 실시권자를 보호한다. 일본도 2011년 특허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등록 대항 제도를 버리고 미국·독일과 유사한 당연 대항 제도를 도입해 특허 사용 계약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노 전 교수는 제한적 법정실시권 도입을 제안한다. 법정실시권이란 특허권자 의사와 관계없이 법령으로 당연히 발생하는 실시권을 말한다. 그는 “권리 이전·특허권자 파산이 발생했을 때 '실시 또는 실시 준비' 기준에 부합한 미등록 실시권자에게 통상실시권을 허락하면 다른 법정실시권과 균형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 교수는 '간이 등록제'를 제시한다. 그는 “서면 작성한 실시계약서는 개인 간 계약서로 공시성이 없어 계약 존재를 모르는 새 특허권자 권리를 해칠 수 있다”면서 “등록비용이 문제라면 등록비를 낮추고 실시권자가 계약서만으로 단독 등록할 수 있는 '간이 등록제'를 검토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2005년 기존 파산법, 화의법 등을 일원화해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제정 후 현재까지 20여 차례 개정했지만 다른 국가와 달리 지식재산권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통합도산법에도 관련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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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노믹스]"특허 실시권자 보호책 필요"...특허 이전·특허권자 파산 시 대책 부실

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