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용암 분출한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미국 하와이 섬(일명 빅 아일랜드) 동쪽에 위치한 해발 1250m 킬라우에아 화산이 지난 3일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킬라우에아 화산 용암 분출은 지진으로부터 시작했다. 3일 규모 5.0의 지진과 5일 규모 6.9에 달하는 강진 이후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서 모두 합쳐 1000번이 넘는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5일 강진은 지난 43년 동안 하와이 제도에서 일어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지진으로 생긴 총 열네 곳의 분화구 균열에서는 이내 용암이 쏟아져 나왔다. 용암의 온도는 섭씨 1200도에 달했다. 용암이 하늘로 치솟는 '분천'의 높이가 최대 70m에 달할 정도로 격렬한 분출이었다.

킬라우에아 화산의 용암 분출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킬라우에아 화산의 용암 분출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용암 분출이 일어난 하와이 섬은 화산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킬라우에아 화산 외에도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 화산이 자리 잡고 있다.

화산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도 특히 주목하는 곳이다. '하와이식 분출(Hawaiian eruption)'이라는 화산 분출 양식의 표준이 이름처럼 하와이에서 나왔다. 표면 형태로 용암을 나눈 '파호이호이 용암'과 '아아 용암'이라는 표현도 모두 하와이 토착어를 따온 것이다.

하와이의 화산은 다른 곳과 다른 특이성도 가진다. 화산 활동 대부분은 대륙판이 운동하는 가장자리에서 발생한다. 판과 판이 서로 부딪히거나 하나의 판이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 현상이 생길 때 화산 활동이 이어진다. 반면 하와이 화산 활동 장소는 태평양 판 한 가운데다. 원인은 '열점'이다. 맨틀에서 나온 마그마가 판을 관통해 올라오는 열점이 이곳에 위치해 왕성한 화산 활동을 부른다.

열점에서 발생하는 화산 활동은 특히 강력하다. 판 가장자리의 화산 활동은 판 운동 속도나 상부 판 온도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열점에서의 활동은 이런 제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 맨틀 하부의 마그마와 열을 짧은 시간 안에 지표면까지 옮긴다. 하와이의 화산 활동이 강력한 이유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언제 화산 활동을 시작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다. 하와이 화산 가운데 특히 젊은 곳이기 때문이다. 킬라우에아 화산 정상 부분 암석은 만들어진지 채 1000년이 지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약 1만년 이내에 활동한 화산을 '활화산'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킬라우에아 화산은 최근 100년 사이에도 수차례 활동을 반복해 왔다. 지난 1924년에는 17일 동안 지금과 같은 용암 분출 현상이 있었다. 1950년대, 1980년대에도 용암 분출 전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땅 속의 현무암질 마그마가 지표면의 연약한 틈(리프트)를 따라 올라오면서 이번 화산 분출을 야기했다고 설명한다.

마그마는 점성이 높은 유문암질 마그마와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마그마로 나뉘는데, 하와이 섬 아래에는 현무암질 마그마가 풍부하다. 현무암질 마그마의 경우 단독으로 지표면에 올라올 수 없고, 지각에 틈이 벌어져야만 지표면으로 나오게 된다. 이번 용암 분출은 마그마가 하와이 섬 동쪽에 위치한 '이스트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 발생했다.

용암 분출은 활동 5일 째를 맞은 7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곧 다시 용암이 솟아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킬라우에아 화산이 다시 용암을 분출할 수 있고, 바위와 화산재를 날려 보낼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용암 분출이 언제 멎을지는 알 수 없다. 관건은 땅 속 마그마의 양이다. 마그마의 양이 상당 수준 소진될 때 화산활동이 멈춘다. 그러나 열점을 통해 킬라우에아 화산으로 마그마 공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박사는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마그마의 양에 따라 화산 활동이 몇 개월에 걸쳐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미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을 분출해 하와이 섬의 다른 화산에서 용암을 분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