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박원주 특허청장

박원주 특허청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원주 특허청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원주 특허청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어 온 인물이다. 지난해 9월 특허청장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에너지자원실장을 맡았던 에너지·산업정책통이다.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도 역임했다. 그의 첫 인상은 상당히 겸손하고 온화해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박 청장은 산업부 근무 시절부터 이런 성품 덕분에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부정경쟁방지법이 국회를 통과, 올해 6월부터 시행됩니다. 지식재산(IP) 거래가 정상화되면서 시장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IP금융을 활성화 해 금융기관 담보능력을 부여할 계획입니다.”

박 청장은 특허업무는 다소 생소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불쑥 'IP금융 활성화 대책'을 꺼냈다. 의외였다. 특허청장으로 부임한 지 100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물론 그는 취임 일성으로 '지식재산 정책 혁신'을 얘기한 바 있다. 지식재산 시장을 활성화 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3개월여 만에 새로운 특허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까지 마련한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바로 IP금융 활성화 대책이다. IP 가치를 인정하고 시장에서 제 값에 거래할 수 있거나 특허를 담보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IP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궁금했다. IP에 재산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기술과 콘텐츠 등에 담보능력을 부여하고자 했지만 항상 가치평가 단계에서 곤혹을 치르곤 했다.

박 청장 생각은 확고하고 정확했다. 그는 “IP는 시장 종속성이 크기 때문에 가치를 정하는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가치 평가는 시장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고, 정부는 시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은행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 기관을 지정하고 가치 평가를 모듈화 해 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특허는 시간이 생명이니 가치 평가 절차도 간략하게 만들어 시간을 단축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과정은 모두 민간 주도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허공제제도'도 새로운 카드로 제시했다.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발생한 특허분쟁 비용을 대여해주고 사후 분할상환토록 하는 지원제도다. 전문성을 갖춘 위탁기관을 선정해 1분기 내에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에 지식재산 시장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면서 “기업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시장과 소통하고 현장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출원하는 특허는 연간 20여만건에 이릅니다. 세계 4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특허는 보호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분쟁이 벌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특허를 키워야 합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박원주 특허청장

그는 또 '강한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돈 되는 분야 고품질·원천 특허를 확보하고 사업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해 양질의 특허를 적시에 획득하도록 견고하고 신속한 심사·심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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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특허 창출 및 지식재산 역량 제고 대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특허 창출을 위해 심사단계와 심사관에 국한했던 특허품질 관리를 R&D·출원·심사 등 특허 창출 전(全) 단계 및 모든 주체로 확대하겠다. R&D 단계에서 고부가가치 원천·핵심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발명품질'을 제고할 예정이다. 출원 단계에서 우수발명을 강한 특허로 만들기 위해 중소·벤처기업 등 취약한 특허창출 주체의 '출원 품질'을 향상시키겠다.

중소·벤처기업이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하는 정책 지원 플랫폼을 구축·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가입자 상호 부조 원칙 기반의 중소·벤처기업 특허 안전망 구축을 위한 특허공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지원 사업들도 추진하고 있다.

-지식재산(IP)금융 종합대책은 어떤 의미인가.

▲부동산 담보·신용 등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 IP를 담보로 투자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초기 창업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IP보증상품 보증비율을 높이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우대 혜택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수 IP를 보유한 중소기업을 위해 IP담보대출 취급은행을 민간을 포함한 전체 금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P 투자규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출원특허·해외특허에 대한 가치평가도 지원해 중소·벤처기업의 IP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아 IP금융으로 적극 연계되도록 하겠다. 오는 2022년까지 2조원 규모 IP금융을 공급, 9000여 중소·벤처기업이 IP금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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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법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너무 쉽게 중소기업 기술을 침해해 왔다. 우리나라는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이 평균 6000만원으로 미국의 9분의 1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자본력이 약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해 법정에서 대기업을 상대하기 어렵다.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도 기술탈취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야 한다.

그동안 손해배상액이 너무 적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이에 손해액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늘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입법 취지에 따라 실제 손해배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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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개도국과 국제 협력도 적극 추진한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지난해부터 PCT 협력심사와 특허공동심사를 협력하고 있다. 고품질 심사결과를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된다. PCT 협력심사는 아직 시범사업이다. 앞으로 출원인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개선해 이용률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국내 기업 진출이 늘고 있는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지재권 보호환경을 개선하고 협력 수요가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지식재산 행정 한류를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ASEAN+1 청장회의를 국내에서 개최해 핵심 교역대상이 된 ASEAN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지재권 협력수요가 높은 국가와의 양자협력도 확대한다. 인도, 브라질 등 차세대 경제주도 국가에서 우리 기업이 권리를 조속히 확보하고 권리는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심사협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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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특허청장은?

박원주 특허청장은 전남 영암에서 1964년에 태어났다. 광주 송원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美 인디아나대에서 각각 정책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직에는 1988년 행정고시 31회로 발을 들였다. 참여정부 시기인 2007년에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후 지식경제부 장관실을 거쳐 외국인투자지원센터에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2009년 10월부터 일본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다 2012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부에서는 산업경제정책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산업정책실장을 두루 거쳤고 지난해 특허청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에너지자원실장을 맡아왔다. 2016년에는 청와대에서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역할도 했다.

덕분에 산업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추진하면서 찬·반 여론이 들끓던 시기에 에너지자원실장직을 맡아 대내외 소통업무를 도맡기도 했다. 성품이 온화해 선후배 사이에서 신임이 두텁다.

지난해 9월 특허청장에 취임했다. 특허 심사와 심판기능을 뛰어넘어 지식재산정책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대담=김순기 전국총괄 부국장

정리=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