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정 피한 금감원, 고위직 158명 5년 내 떠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됐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는 대신 고위 간부를 대폭 줄인다. '억대 연봉'을 받는 3급 이상 간부 851명 중 약 158명이 5년 내 금감원을 떠날 전망이다.

이른바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인 금감원의 독립성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대규모 인력 조정으로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방만경영·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금감원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구윤철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개최해 '2019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유보된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명확하게 지정을 피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조건부로 지정이 유보된 금감원의 유보조건 이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상위 직급 감축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이미 이행했다”며 “상위 직급 감축은 공운위에 향후 5년 내 35% 수준으로 감축 계획을 제출·확정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운위는 감사원 지적(채용비리·방만경영)을 고려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했지만 지정을 유보했다. 대신 금감원에 △채용비리 근절대책 마련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등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 개선(상위직급 감축)을 제시한 바 있다.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최악 상황은 넘겼지만 당분간 내홍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5년 동안 3급 이상 직원을 현재 851명(43%)에서 최소 693명(35%)으로 줄여야 한다. 국장, 부국장뿐만 아니라 팀장 또는 수석조사역 급까지 약 158명이 금감원을 떠나야 한다.

빈 자리가 금방 채워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인력 감축이 이뤄지는 4~5년간 사실상 3급으로 승진은 멈추거나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불거진 금융위원회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만큼 일선 조사역의 사기 저하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4급 직원은 “금감원 독립성 확보를 이야기하는 팀장급 직원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욱 힘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인사적체에 더해 금융위 눈치까지 더욱 살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만경영 등 금감원 문제를 해결할 관리·감독 문제는 지속 제기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상급기관인 금융위로부터 일부 통제를 받지만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평가 등에서 자유롭다.

이날 공운위는 총 399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공공기관은 36개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93개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위탁집행형), 210개 기타공공기관으로 이뤄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새만금개발공사 등 7개 기관이 새롭게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반영해 기타공공기관 중 69개를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별도 구분 지정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속기관(24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소속기관(20개), 부처 직할 연구원 등 기타기관(25개)으로 구성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개발목적기관 특성을 반영한 별도관리체계 내용을 담아 공공기관 혁신지침을 함께 개정했다”며 “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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