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익 늘리려 '신생아 백신' 공급 중단한 한국백신 고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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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신이 자사 주력 신생아 결핵 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국가가 무료 제공하는 필수 백신의 공급을 중단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CG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한국백신(한국백신판매, 한국백신상사 포함)이 고가의 경피용 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국가가 무료 제공하는 피내용 백신 공급을 중단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16일 밝혔다.

BCG백신은 영·유아, 소아의 결핵 예방을 위한 백신이다. 접종방법에 따라 피내용(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으로 구분한다. 정부는 국제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피내용을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판매가 허가된 BCG백신은 덴마크 공기업 SSI의 피내용, 일본 기업 JBL의 경피용·피내용 등 3개다. SSI의 제품은 엑세스파마가, JBL 제품은 한국백신이 독점판매계약으로 수입·판매 중이다. 한국백신의 BCG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를 웃돌았고, 엑세스파마가 국내 공급을 중단한 2015~2018년엔 사실상 유일한 독점 공급사업자였다.

2015년 SSI가 백신 부문을 민영화하면서 피내용 생산을 중단해 국내 수급이 어려워지자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8월부터 JBL의 피내용 국내 공급 방안을 한국백신과 협의했다. 2016년 3월 한국백신은 JBL 피내용의 국내 판매 허가를 획득, 2016년 총 2만1900세트를 수입했다.

한국백신은 질병관리본부 요청으로 2017년에도 피내용 2만세트를 수입하기 위해 2016년 8월 JBL과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6년 9월 주력 제품인 경피용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경피용 판매를 늘리기 위해 피내용 주문을 줄였다. 주문을 줄이다가 2017년에는 피내용 수입을 중단했다. 한국백신은 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피내용 수급 중단으로 질병관리본부는 고가의 경피용으로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실시했다”면서 “해당 기간 경피용 사용량, BCG 전체 매출액이 급증해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익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내용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는 선택권이 제한됐고 고가의 경피용을 국가가 무료 지원하면서 140억원 예산이 추가 소요돼 국고가 손실됐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중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로 판단했다. 한국백신 등 3사에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 2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송 국장은 “신생아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 건강,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약분야 사업자의 법 위반을 지속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