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반도체포럼]4차 산업혁명 핵심 '지능형 반도체' 육성, 산·학·연 뭉쳤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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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인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국내 기술 발전 방안과 생태계 구현을 추진하는 전문가 포럼이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노보텔앰베서더 강남호텔에서 산학연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능형반도체포럼'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날 포럼 초대 의장으로는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가 선출됐다.

◇왜 지능형 반도체인가

지능형 반도체는 쉽게 말해 인간의 두뇌를 닮은 반도체를 뜻한다. 중앙처리장치(CPU)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같은 기존 프로세서들은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정형화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했지만 지능형 반도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미지처리, 음성인식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다. 여기에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춰 '인공지능(AI) 반도체'라고도 부른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것이 특징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반도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일례로 제조 현장에서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처리해 제조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일을 바로 CPU, AP, 메모리와 같은 반도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해석하고 스스로 자동 갱신하는 지능형 반도체는 새로운 차원의 산업혁명을 가능케 하는 근간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IT 기업들은 AI 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독자적인 AI 반도체 기술 확보 뿐만 아니라 AI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인텔은 인간의 뇌 신경망의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한 칩인 '로이히(Loihi)'를 개발했다. 또 2016년 AI 분야 스타트업인 너바나시스템스를 인수한 후 AI 전용 프로세서를 2017년 공식 발표했다.

세계 AI 칩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대량의 산술연산을 기반으로 딥러닝 처리가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 칩은 게임, e-스포츠, 자율주행차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구글은 2016년 자체 개발한 데이터 분석 및 딥러닝용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을 데이터 서버에 본격 적용했고,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위한 별도 조직을 구성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데이터서버 관리, 스마트스피커, VR헤드셋 제어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도 뛰어든 상태다.

◇국내 지능형 반도체 현황은

국내 기업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삼성전자는 AI 시대를 선도할 핵심 기술로 'NPU(Neural Processing Unit)'을 선정하고 사업 육성에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NPU 분야 인력을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하고 차세대 NPU 기술 강화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로봇과 자율주행 관련 AI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능형 반도체를 포함한 AI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AI 반도체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취약하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중소벤처기업이 261곳에 불과할 정도다. 게다가 수익을 내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다.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데 자원을 집중하고 AI와 같은 미래 기술 대응력은 부족하다.

인력도 문제다. 시스템 반도체를 하겠다는 전문 인력도 부족한 데다, AI를 전공한 인력은 반도체 분야로 유입되지 않는다. AI 전문 인력이 약 85만명으로 알려진 미국이나 5만명 수준인 중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AI 인재 육성이 활발하지도 않다.

◇향후 포럼은 어떻게

지능형반도체포럼이 출범한 데는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이제라도 산학연이 힘을 뭉쳐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최신 기술 동향과 발전 방향을 산학연이 공유하고, 인력양성 및 표준화, 산학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럼에는 대기업과 국내 팹리스,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 대학, 출연연구소 등 60여 기업 및 기관 관계자 17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기술위원회, 생태계위원회, 산학협력위원회를 구성, 분야별로 전문적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학연 최고의 전문가들이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상호협력을 통한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장을 마련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민간을 적극 지원하고,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