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배터리 업계도 日 규제 영향 주시…고에너지밀도 셀·인조흑연 영향권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는 배터리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관리원, 전지산업협회와 함께 서울 강남구 무역협회에서 세라믹·배터리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배터리 분야는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다. 리튬이온 배터리 원조가 일본 소니이기 때문에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공급망이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전략물자에 포함된 원소재는 많지 않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략물자관리원에 따르면 전지 분야에서는 셀(통제번호 3A001.e.1), 고에너지 저장 커패시터(3A001.e.2), 우주용 태양전지(3A001.e.4), 흑연(1C107, 0C004) 등이 일본의 통제품목에 해당한다.

배터리셀 중 재충전이 되지 않는 일차 셀의 경우 에너지밀도가 550Wh/kg을 초과하고 연속 출력 밀도가 50W/kg을 초과하는 것 또는 에너지밀도가 50Wh/kg을 초과하고 연속 출력 밀도가 350W/kg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 셀의 경우는 영상 20도에서 에너지 밀도가 350Wh/kg을 초과하는 것이 해당된다. 다만 배터리 완제품은 통제 품목에 해당되지 않으며 배터리 셀 단위만 통제가 이뤄져서 심각한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음극재 소재로 쓰이는 인조흑연이다. 인조흑연은 미사일 재진입체 첨두나 노즐에 사용되거나 원자로의 감속재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전략물자로 지정돼 있다.

현재 음극재용 인조흑연은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망이 발달돼있기는 하지만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해 인조흑연을 블렌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 산업 기반도 약하다.

인조흑연의 경우 겉보기 밀도가 1.72g/㎤ 이상, 100㎛ 이하 입자 크기로 실린더나 튜브나 블록 형태인 경우에만 통제 품목에 해당된다. 이밖에 원자로에서 사용될 수 있는 5ppm 이상 고순도 흑연도 통제 대상이 된다.

업계관계자는 “인조흑연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배터리 성능 향상과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체 기술 확보나 산업 기반이 약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수출 규제를 계기로 주요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핵심 소재 상당수를 일본으로부터 공급받는 만큼 수출 규제 확대에 대비해 각 소재 업체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의 경우 공급망이 대부분 유럽, 중국 등으로 이원화, 삼원화 돼 있고 국내에도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출 규제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업계에 미칠 결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4대 소재 외에 양·음극재를 용매에 분산시키고 극판에 잘 접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바인더, 동박 제조에 쓰이는 티타늄 드럼, 파우치형 배터리 포장재로 쓰이는 알루미늄 파우치 등이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