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올해를 달군, 새해를 달굴 이슈는

출처: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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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 한해도 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뉴스가 우리를 흥분시켰다. 블랙홀이 모습을 드러냈고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의 길이 열렸다. 2020년 새해에는 또 어떤 사건이 우리를 들뜨게 할까. 국제학술지가 선정한 2019년과 2020년 과학계 빅이슈를 살펴봤다.

사이언스는 최근 '올해의 획기적 연구'로 블랙홀 관측을 꼽았다. 지난 4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특별판에 초대질량 블랙홀 이미지를 공개했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 영상을 얻었다. 관측자료를 보정하고 영상화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자 등 8명이 EHT 프로젝트에 참여해 그 가치가 더 빛났다.

사이언스는 이와 함께 다양한 연구 성과를 조명했다. 비록 '올해의 획기적 연구' 타이틀을 얻진 못했지만 그에 비견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의 암석 구멍을 뚫어 소행성 충돌이 공룡을 멸종시킨 사건에 대한 연대기를 분단위로 제공한 연구, 양자우위(quantum supremacy)로 불리는 양자컴퓨터의 성능 진화, 수천 번의 포커 게임에서 인간을 제압한 인공지능(AI) '플러리버스(Pluribus)' 등을 획기적 연구 성과로 꼽았다.

새 단백질 분석방법을 이용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한 사촌'인 데니소바인의 유전적 특징을 밝히고 외형을 복원한 연구, 에볼라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킨 두 개의 신약 임상 등도 혁혁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뉴호라이즌스호(New Horizons)가 태양계의 최외각에서 얼음으로 뒤덮인 천체 이미지를 전송한 것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영양실조 치료, 낭성섬유증 치료용 복합제제 승인, 진행 생물의 로키아르카이아(Lokiarchaea) 미생물 배양 등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새해 과학계 빅이슈를 조명했다. 먼저 세계 각국이 연이어 화성 탐사에 도전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내년 7~8월 쯤 화성 탐사선 '마스 2020 로버'를, 중국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이듬해 '훠싱 1호'를 화성에 착륙시킨다는 목표다.

마스 2020 로버는 비행은 물론 소형 탐사 드론도 탑재했다. 화성 표면에 있는 암석 샘플을 지구까지 가져올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달 훠싱 1호를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기 위한 테스트에 성공하면서 중국과의 화성 탐사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해 인류사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이벤트 EHT 공동연구팀의 추가 성과도 기대했다. EHT 연구팀은 새해 은하수 중심부 블랙홀에 대한 새로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초거대 블랙홀인 사기타리우스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가스 동영상이 포착될지가 관심사다.

새 소립자 발견 기대감도 커진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는 내년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거대 강입자 충돌기 건설기금 마련(안)'을 결의한다. 우주 빅뱅 직후 높은 에너지 상태를 재현하기 위해 빛 속도에 가깝게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이 가능해진다. 이 장치는 길이만 100㎞에 달한다.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27조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는 내년 뮤온 g-2의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뮤온 g-2는 불안정한 소립자인 뮤온이 자기장 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주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치로 이 실험을 통해 새로운 소립자의 존재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네이처는 효모의 유전체를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데 도전하는 과학계의 노력도 눈여겨 볼 것을 당부했다. 현재 세계 15개 연구팀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DNA를 합성해 효모 유전체를 만드는 '합성 효소 2.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2017년, 효모 유전체의 3분의 1이상을 합성했다. 내년엔 효모 전체의 유전체를 합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대응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유엔환경계획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기술적 해법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총회(COP26)에선 각국이 지구기온 상승 정도를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공개한다.

일본 도쿄대 줄기세포연구소는 쥐 배아에서 인간 세포를 배양한 조직을 배양하는 실험을 한다. 이를 다른 동물에게 이식하는 실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모기를 이용한 모기 퇴치' 실험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인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요그야카르타에서는 뎅기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주요 시험할 예정이다. 뎅기열 바이러스나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를 억제하도록 개발한 모기를 활용한다. 모기 생식에 관여하는 볼바키아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모기를 자연계에 풀어 생식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차세대 태양전지, 배터리 상용화도 한걸음 더 가까이 온다.

기존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 보다 저렴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고체 전해질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도 모습을 드러낸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