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휴머노이드와 사이보그

김치용 동의대 ICT공과대학장
김치용 동의대 ICT공과대학장

인간을 닮고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 언제부터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했는지 추정하기 어렵지만 지금 로봇은 상상이 아닌 현실 존재물이다.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은 물론 반도체 같은 첨단 정밀 업종도 대량 생산을 위해 광범위하게 산업용 로봇을 많이 사용한다. 질병을 검사하고 수술하는 의료용 로봇, 인명을 구하는 구조용 로봇도 등장했다. 팝콘과 치킨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등 사회 곳곳에서 로봇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로봇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로봇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킨다는 굉장한 매력을 장점으로 하고 있다. 노동은 물론 각종 위험에서 해방된 인간이 많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면 육체나 정서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깊게 고민해 볼 문제가 많다.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는 더 이상 재화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실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또 다른 일자리를 잃은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로봇이 노동 해방의 열쇠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로봇 등장으로 몇몇 일자리는 분명 사라진다. 인간은, 아니 우리는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까지 로봇이 대체해 온 직업은 대부분 사회 약자들이 생계를 위해 해 오던 일들이다. 로봇 때문에 직업을 잃게 돼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는 이미 예상됐고, 현재는 진행형이다.

고도화된 로봇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해서 더 발전하고 일상 속으로 대중화되면 노동 및 직업 패러다임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어떻게 주도해서 바꿔 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휴머노이드를 떠올려 보자. 고도로 발전한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똑같이 생겼고 생각이나 행동도 동일하다면 사람처럼 대우할 수 있을까. 인간처럼 생존권을 보장하고, 노동에 따른 대가를 지급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가?

기술 발전으로 휴머노이드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면 반려동물에 이미 여러 권리가 생겨나 적용되고 있는 것처럼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이 마주하게 될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의 정체성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우리 인간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새로운 첨단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여러 방향에서 생각하고 또 깊이 고민하는 것이 바른 자세다.

사이보그는 인체와 기계를 유기체로 결합한 인조인간이다. 기계의 힘을 빌어 인공으로 진화하는 존재다. 이 때문에 사이보그는 확실한 목적성이 없으면 여러 문제를 필연으로 내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사이보그는 신체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돈이 많은 사람이 각종 장기와 신체 부위를 교체해 가며 더 오래 살게 된다.

치료와 재활 목적의 의료 사이보그는 아직 문제를 일으킬 요소가 적다. 그러나 향후 기술과 의학이 더 발전하면 악용될 소지도 많아지고, 이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사이보그 정체성을 고민하고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사이보그의 목적성을 정립해야 한다.

분명한 점은 사이보그의 기본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나 단순 로봇 같은 개념이 아닌 인간 감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성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은 필수다.

김치용 동의대 ICT공과대학장·한국멀티미디어학회장 kimchee@de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