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의 '디지털뉴딜']<9>지방과 대학이 함께 사는 길, 대학 역할 변화와 교육 혁신

[노규성의 '디지털뉴딜']<9>지방과 대학이 함께 사는 길, 대학 역할 변화와 교육 혁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진 듯 쏟아지고 있다. 단기로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취약계층과 산업계를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또 디지털이 뉴노멀(New normal)화할 글로벌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분야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바로 대학이다. 대학, 특히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재정위기 등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위기가 예견돼 왔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없어질 것이라는 지방대학, 어떻게 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대학은 사람, 기업, 사회를 잇는 중심축이다. 중국 중관춘 지역처럼 대학 중심 혁신도시로 탈바꿈한 사례가 있다. 연방 16개 주 모두 재정 자립에 성공한 독일 역시 대학과 산업 연계를 통해 발전을 이뤄 낸 경험이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월 '지방도심형 기업혁신 특구' 사업을 발표했다. 성장 거점이 될 만한 지방대와 산업·주거·문화가 역세권 중심으로 융·복합된 도시를 조성, 지방대학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대전환이다. '학생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는 안 된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이나 창업기업 육성이 대학의 주요 역할로 될 수도 있고 중소기업 재직자 재교육이나 평생교육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다. 대학 역할에 대한 인식을 다양화해서 저변을 넓혀 가야 한다. 또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교수, 교직원 등 구성원부터 혁신해야 한다. 성공한 대학 혁신의 길에 대해서 디지털 뉴딜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첫째 위기 대학을 지역 중소기업의 'R&D 혁신거점 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지역대학 전용 R&D 바우처를 제공하고 대학교수의 성과 평가를 연구·교육 중심에서 지원 성과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학은 체험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교과를 개편하고, 실험실·장비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이 지역기업 R&D센터가 되고,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지역 산업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둘째 대학이 스타트업 육성 메카로 변혁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기 대학을 '창업 중심대학'으로 지정, 스타트업 육성·성장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개설해 필요한 패키지 지원(마케팅, 투자 유치, 컨설팅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공간, 시설, 기기 등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창업가에 공유해야 하며, 전문기관과 협업해 이들의 해외 진출 지원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셋째 미래 인재 양성을 통한 본연의 경쟁력 강화다.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 기존 인재 양성 방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 지역기업 대상으로 정확한 수요 조사를 해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다양한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 기반 융합형 전문가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 미래 기술 교육에 적합한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 환경 혁신에도 빠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대학의 역할 변화와 교육 혁신을 통해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고 기업이 지역에서 성장하면 지방의 새로운 엔진을 만들 수 있다. 대학-기업-지역사회의 트라이앵글이 제대로 작동해야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뉴딜을 통한 대학의 역할 변화와 교육 혁신으로 대학도 살고 지역 기업과 경제도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ksnoh114@kp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