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5년만에 廳 승격 현실화…독립성·전문성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본부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본부장.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핵심 역할을 한 질병관리본부를 독립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연내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질본이 청(廳)으로 승격하면 인사와 예산 편성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어 독립성과 전문성이 제고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겠다면서 “올해 가을 또는 겨울로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매우 시급한 과제로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내 질병관리청이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본의 기능과 역할은 감염병 유행 때마다 확대됐다. 질본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행 이후 2003년 국립보건원이 확대개편돼 만들어졌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이후에도 청 승격 방안이 논의됐지만 본부장이 1급(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도 질본을 청으로 독립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질본 독립성 부재가 감염병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청이나 국세청처럼 독립된 외청으로 만들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질본을 청으로 승격하기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이 질본 청 승격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추진 동력은 충분하다.

보건복지부를 현행 단수차관제에서 복수차관제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 내에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2차관을 신설해 보건과 복지 각 분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보건의료계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현 복지부는 특수하게 보건과 복지를 함께 담당하는 부처 형태인데다 요직을 의사, 간호사, 약사 출신 전문인력보다 고시 출신 행정 관료가 장악하고 있다 보니 감염병 위기시 현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인 인사와 예산 독립, 인력 확대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질본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독립될 경우 유기적 협조가 어려울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3월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자칫 위기가 발생했을 때 청으로 분리·독립이 보건과 방역 당국 간 유기적인 협조를 저해하지 않을까 염려도 있다”면서 “복지부와 상호보완적이면서 효율적인 연계가 가능하게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