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지출, 서둘러야 한다

[사설]정부 지출, 서둘러야 한다

상장기업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 3개사 가운데 1개사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해 12월 금융업 등을 제외한 결산법인 592개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 매출 49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조원으로 31.2%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증권사에서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 감소율 17%의 2배에 가깝다. 특히 기업 전체 수익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약 11조원)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47.8%) 줄었다.

쏠림 현상도 개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체 상장사 매출액의 11.1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8%나 급감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순이익 감소폭은 무려 61.79%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때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삼성전자(-60.15%), SK하이닉스(-68.71%)의 '어닝 쇼크'가 전체 실적 악화를 초래했지만 올해는 반대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대표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1년 전보다 각각 1.8%포인트(P), 2.1%P 떨어졌다.

상장기업 실적은 대한민국 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예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무엇보다 경기가 전반에 걸쳐 활력을 잃었다는 방증이다. 기업 실적은 곧 경제 건전성을 볼 수 있는 대표 지표다. 영업이익이 바닥을 긴다면 부채는 늘 수밖에 없다. 그만큼 기업 체질은 허약해진다. 문제는 2분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더 크게 반영될 것이다. 실적도 지금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이 짙다. 기댈 곳은 이제 정부뿐이다. 디지털 뉴딜을 포함해 예정된 공공 부문의 지출을 상반기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시장이 꺾인 상황에서 그나마 경기를 회생할 불씨는 공공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 활성화뿐만 아니라 기업 지원에도 전폭적으로 나서야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