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투자위험 높은데 개인 투자자 몰려

금융당국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더 많이 코스닥시장에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혁신창업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기술기업이 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며 영업성과가 가시화되는 등 긍정 사례를 다수 도출했다. 2015년 이후 상장 활성화 정책을 전개하면서 매년 기술특례기업이 증가했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정착했다는 평가다.

특례상장제도가 운영된지 수 년째이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에 치중된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바이오·제약, 의료 업종에 속하는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업종 특성상 임상 실패 등 위험요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중심의 투자 비중이 높아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의료업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기술성장기업부 전체의 86%(88개 중 64개)를 차지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의료업종 비중은 6%, 기술성장기업부를 제외한 다른 코스닥소속부는 18%인 것과 대조된다.

특례상장제도로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재무성과는 유가증권이나 다른 코스닥시장 소속부에 속한 같은 분야 기업 실적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기술성장기업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평균 시가총액 5500억원, 평균 매출액 142억원, 평균 당기순손실 107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일반기업 평균 매출액이 897억원, 당기순이익 41억원인 것과 대조적이다.

제약·바이오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기술이전이나 제품 상용화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임상 1~3상, 정부 승인, 제품 출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신약개발에 평균 15년간 1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최종 출시 성공률은 0.01%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코스닥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투자자가 기술성장기업부 제약·바이오 업종에 투자한 누적순매수 규모는 3조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개인투자자 순매수 거래대금은 19조원이었다.

반면에 국내 기관투자자는 매도를 지속해 2015년 초 대비 1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투자 포지션이 전환돼 지난해 말 기준 순매수 규모가 5000억원에 불가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개인투자자가 제약·바이오 산업과 개별 기업에 내재된 위험을 인지하고 감내할 능력이 충분한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상실험 실패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잦다. S사는 임상실패로 주가가 폭락했는데 최근 임원이 임상실패를 사전 인지하고 주식을 팔아치운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대표이사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K사의 경우 허위자료를 이용한 상장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대표가 기소되고 거래 정지됐다. M사는 무허가 원액 사용 등 약사법 위반 사례가 발견돼 국내 허가취소 위기를 맞으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 기재 기준과 심사를 강화했고 충실한 공시를 위한 라이드라인도 내놨다. 연구개발비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이같은 노력에 더해 기업 부실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불공정행위 적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상장요건이 완화된 만큼 부실기업 상장이 허용되지 않도록 상장주관사의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