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역할과 의무 명확화, 건강한 ICT 생태계 출발점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시장에서 가장 좋은 형태는 경제 주체 간 상충되는 욕구가 시장 자체의 힘에 의해 조정돼 모두가 행복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힘이 완벽하게 자유로이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전제되기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 등에 따른 시장 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역할에 공감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의 뜨거운 주제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다. 주요 내용은 기간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 즉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도 안정된 서비스 제공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망을 활용하는 콘텐츠 사업자도 인터넷망 유지와 품질 관리의 책임을 나눠 갖도록 한 게 골자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논란과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의 한 걸음을 떼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 논의의 배경이자 바탕인가 하는 것이다. 시행령 제정에 참여하는 정부와 인터넷 산업 참여 사업자 간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입법 목적 또는 취지가 지향하는 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안정된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 명시돼 있다. 시행령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해관계자 간 이해관계 조정에 의한 원만한 해결이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 확보라는 것이다. 규제정책 수립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있을 때 정부는 양측을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해관계 조정의 결과가 반드시 소비자 편익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이해관계자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마지막까지 정부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입법 목적이 제시한 소비자 편익을 지키는 것이다.

또 의무를 부여받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기간통신역무 이외의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가운데 하나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역무를 이용해야 하는 기업 이용자 지위도 가진다. 이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역할과 법 지위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설된 부가통신사업자의 역할 및 의무에 관한 세부 기준과 필요한 조치 등이 논의돼야 한다.

형평성에 기반을 둔 집행력 확보에도 진력해야 한다.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많은 이유는 국내 기업에 대해서만 집행되는 경우 또 다른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걱정과 의무를 지우는 기준이 어떻게 설정되는가에 따라 의무 부담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전자는 정부의 법 집행력에 대한 의구심 해소가 관건이기 때문에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를 막론하고 의무자에 대해서는 법 집행을 위해 명시한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후자는 정답이 존재할 수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법령에 예시된 것처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규모가 큰 사업자 중심으로 의무자에게 포섭되도록 하는 기준 마련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소비자 보호 등과 관련한 시장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부가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은 투명성과 상호 신뢰 부족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시행령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의 수집과 공유가 필수다.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 구축과 소비자 편익 보장을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의 역할과 의무가 명확하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개정안 시행령에 대한 논의 과정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과 정보통신 산업이 재도약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minsooshi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