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글로벌 첨단 산업 거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메가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AIDC)를 3대 전략 산업으로 제시하고, 한국이 세계 시장의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AI 시대를 맞이해 우리나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3대 분야에서 집중 투자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부합한다.
메가프로젝트에서 AIDC는 두뇌이자 심장 역할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화웨이 등 글로벌 리더는 인공지능(AI) 토큰을 생산하는 'AI 팩토리'로서 AIDC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토큰은 AI가 이미지·텍스트 등 문맥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정보의 최소 단위'다. 네트워크 시대 데이터트래픽이 정보통신기술(ICT) 진화를 측정하는 핵심 단위였다면, AI 시대에는 토큰이 그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의 전망이 일치한다. 이미 중국 통신사와 화웨이 등은 'AI 토큰 생산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개인용 AI에이전트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기업은 토큰을 사용한 만큼 내는 '종량제 방식'으로 이용한다. 토큰은 이미 기업의 핵심 비용 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토큰 사용량은 2025년 3월 약 1조6200억개에서 2026년 3월 20조4000억개로 12배가 증가했고, 향후에는 더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 AIDC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계 토큰 시장을 선점할 원재료 생산기지 역할을 노려야 한다. 세계 기업들이 AI를 활용할 때 한국의 AIDC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낸 토큰을 사용하도록 제공한다. 토큰은 언어·문화 장벽도 없다. 한국이 세계 AI 토큰 경제의 중심지가 되고 한국의 토큰을 세계가 사용한다면, 1000조원을 투자하더라도 수배~수십배 경제가치를 창출하며 세계의 디지털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
초대용량 AIDC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토큰 생산기지 역할을 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네트워크 인프라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AIDC가 생산한 토큰을 활용할 때 통신지연 시간이 길어진다거나, 데이터 손실, 해킹이 발생한다면 '한국산 토큰'을 사용하려 하겠는가. 메가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인 피지컬AI 로봇·기계 설비도 궁극적으로는 초연결 통신망과 연결돼 클라우드 방식으로 AIDC에 저장된 토큰과 GPU 연산능력을 실시간 활용해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메가프로젝트를 든든히 뒷받침하려면 통신사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 한 전직 통신사 최고위 임원은 “AIDC를 최적화할 기술을 지닌 인재라면 수십억원을 주고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AIDC 설계 및 운용 능력부터, AI 시대에 걸맞게 초고속·초저지연 백본망을 고도화할 네트워크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도 세계를 상대로 가장 우수한 토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망을 어떻게 구축할지 네트워크 전략을 면밀히 점검하고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AI 생태계 구성원 간의 공정한 거래 질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과거 LTE·5G 시대 초입에 글로벌 빅테크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망을 공짜로 쓰게 했던 선례를 AI 시대에까지 반복해서는 안 된다.
메가프로젝트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지역 균형 발전, 전력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그 중심에 네트워크 인프라 문제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