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FTA, 기업 생산성 견인 못해...非경쟁력 기업 퇴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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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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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이 교역산업의 존속기업 생산성 향상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무역자유화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며, 발생하는 실직 자에 대해서는 재교육 등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정책지원이 이뤄질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일 '1990년대 이후 무역자유화와 한국 제조업 생산성 변화' 보고서에서 “한국 무역자유화 정책의 효과를 교역산업의 존속기업 생산성 향상이란 측면에서 평가해 본 결과,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 FTA 체결이 생산성을 끌어올린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제조업의 비교역산업과 교역산업의 존속사업체 생산성 변화 차이를 도출하고 각 산업에서 퇴출이 생산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한·칠레 FTA(2004년), 한·싱가포르 FTA(2006년), 한·EFTA(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 FTA(2006년), 한·아세안 FTA 상품협정(2007년), 2010년대에는 한·인도 FTA(2010년), 한·EU(유럽연합) FTA(2011년), 한·미 FTA(2012년), 한·중 FTA(2015년)를 발효했다.

보고서는 1991년부터 2017년까지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에서 사업체 단위 통계를 수출입 통계와 연계해 1991~1997년을 제1기, 2002~2007년을 제2기, 2012~2017년을 제3기로 정의했다.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를 겪었던 외환위기 기간(1998~2001년)과 세계금융위기 기간(2008~11년)은 제외했다.

수출입산업에는 석유정제품·화학·철강·비철금속·전기·전자 산업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포함됐다.

FTA 등 무역자유화는 교역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표로 시행된다. 특히 교역산업의 생산성 향상은 존속기업의 생산성 증가와 생산성 낮은 기업의 퇴출을 의미한다.

송 연구위원이 비교역산업 대비 교역산업의 존속사업체 총요소생산성의 연도별 변화를 한·EU FTA(2011년), 한·미 FTA(2012년), 한·중 FTA(2015년)가 발효된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대부분 시기에서 교역산업 사업체의 생산성 증가를 확인할 수 없었다.

FTA의 수출입 증가량이 그리 크지 않았고(2012~2017년 연평균 0.9%) 이런 이유로 교역산업 사업체의 생산성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송 연구위원은 생산성 낮은 기업의 퇴출 필요성에 주목했다. 그는 “무역자유화 정책이 존속기업의 생산성 증가와 생산성 낮은 기업의 퇴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무역조정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원금의 대부분이 FTA 피해기업의 융자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기업에 융자 및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어 “무역조정지원제도의 운영방식은 생산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FTA 피해기업의 퇴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아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 라는 퇴출의 순기능 발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 퇴출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자는 재교육 등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