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의 블록체人]<5·끝>페이스북 리브라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김종현의 블록체人]<5·끝>페이스북 리브라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특금법이 통과되면서 디지털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페이스북이 2019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 리브라협회를 설립하고,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을 위한 포용금융을 목표로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Libra)를 발표했다. 탈중앙화 거버넌스와 안정성을 위해 100여개 운영사를 유치하고 리브라준비금 10억달러(1.2조원)을 설계했다.

운영사 자격으로 시장가지 10억달러 또는 연 2000만명 이상 고객을 보유해야 하고 연 27만달러 운영비가 예상되지만 많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다. 2019년 7월 리브라 최고기술책임자(CTO) 마커스는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기 전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리브라는 마약 거래자, 인신매매, 테러리스트, 국제 제재 대상자와 탈세범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9·11테러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리브라가 자금세탁 등의 범죄행위에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서 모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비자, 페이팔, 이베이 등이 리브라 생태계에서 탈회했다. 국내에서 카카오도 일본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리브라와 유사한 생태계 코인 클레이(Klay)를 발행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아니다.

리브라코인을 이 국가별 스테이블코인의 바스켓으로 연동하면서, 주요 중앙은행이 검토하고 있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타협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축통화 달러의 패권에 도전하는 이미지를 벗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일부 중앙은행이 검토하는 CBDC를 대체하거나 병행하는 구조로 바꾸며 법정화폐와 경쟁이 아닌 보완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리브라의 국가별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고정된 기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국가별로 발행돼 글로벌 송금과 결제를 통한 금융 혁신에 대한 기대도 약화될 것이다. 페이스북이 단일 디지털화폐 리브라에서 국가별 디지털화폐로 바꾼 전략이 성공할 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리브라가 포용하려는 CBDC는 과연 필요한가? 단일 화폐라면 국제 송금에서 환전 수수료 강점이 있는 반면 국가별 CBDC는 국내용 디지털거래 지불수단 외 장점은 크게 없어 보인다. 스웨덴과 중국은 CBDC를 시범운영 중이고 캐나다와 일본은 아직 개념을 검증하고 있다.

CBDC가 외국관광객에게 편리한 온라인 환전과 결제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핀테크가 발달한 금융환경에서 국내용으로 제한되면 그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 비자카드와 같은 국제 신용결제 시스템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국내 결제인프라도 이미 구축돼 있다. 소비자 부담없이 신용카드사용이 가능한 국내환경에서 CBDC는 화폐발행 비용을 줄이는 역할 외에 장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독일도 연방정부 블록체인전략에서 통화주권을 대체하는 CBDC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다만 국가별이 아닌 전세계 단일 디지털화폐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각국 중앙은행 협의가 필요하지만 블록체인 장점인 개별국가 통화주권을 보장하면서 비용효율적인 글로벌 결제와 송금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국경간 거래에서 한국은행 CBDC연구는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단일 CBDC 외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전통 영역을 넘어 온라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금융회사 간 자금결제를 담당하는 금융결제원 기능을 탈중앙화 블록체인으로 대체하는 e-금융결제원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은 은행계좌에서 증권계좌로 옮기는 수고를 해야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전자지갑을 통해 편리한 통합계좌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전세계 은행과 증권사 개별회사 주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업종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금융 서비스혁신에서 CBDC 활용과 역할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기존 금융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고객중심으로 금융을 융합하는 기반으로 블록체인이 다양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종현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블록체인PM gira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