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뱅크사인의 새 출발

[기자수첩]뱅크사인의 새 출발

“실제 뱅크사인을 이용하려면 상당히 복잡하고, 이걸 인증서라고 만들었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데이터 3법 통과 이후 금융사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인증 사업 진출에 바짝 긴장해 있는데 그나마 전문성을 보유한 금융결제원으로 사업이 이관돼 새롭게 출발할 것 같습니다.” 말 많고 탈 많던 은행 공동 블록체인 기반의 뱅크사인이 금결원으로 통합·이관된다. 시장에서는 왜 뱅크사인 관리 주체를 은행연합회가 주도하는지 출범 초기부터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의구심도 팽배했다. 상황은 그대로 재현됐다.

호기심으로 뱅크사인을 이용한 고객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인증서를 폐기했고, 폐기율만 10%대에 이르는 등 '실패 사업 1호'로 낙인찍혔다. 2년여 기간에 가입자 30여만명, 16개 은행이 참여한 공동인증 실적이다. 이미 뱅크사인이라는 대형 플랫폼을 보유한 금융사지만 그동안의 성과를 보면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끓이고 있다. 사실 인증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영역은 금융시장이다. 각종 계좌 이체부터 돈이 오가는 모든 과정에 본인 인증이 붙는다. 이는 역으로 상당히 고도화되고 고객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뱅크사인은 그렇지 못했다. 성장기로의 진입이 절실한 은행 공동인증 서비스는 개발 역량과 업권 간 균형 있는 업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 기관에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에서도 문제를 지속 제기했지만 은행연합회는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금결원은 이 같은 폐해를 극복하고 은행과의 수평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치열한 테크핀 사설 인증 시장에서 금융권 공동인증 서비스를 개혁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네 가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이용 기관 확대다.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범용성 있는 플랫폼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참여 주체인 은행과 금융사에 비용 부담을 전가해선 안 된다. 효율성을 극대화, 비용 투자를 최소화하는 '기지'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신사업 발굴도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반의 뱅크사인에는 내재한 잠재력이 크다. 공공기관이나 다른 시장에서의 활용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이용 범위를 확대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체인증 플랫폼으로 육성하길 바란다. 이와 함께 특정 금융사의 장애 발생에도 서비스 운영에 지장이 없는 블록체인 플랫폼 특성을 활용한 금융회사 개별인증 장애 대책을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