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정보 공개 범위 놓고, 금융사 vs 빅테크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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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검색·쇼핑정보 모두 공개해야"
선불·결제정보에 한정된 기준 불만
빅테크 "법 규정에 없는 정보 요구" 비판
일각선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혼선" 지적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올 하반기 열리는 마이데이터 산업 관련 데이터 공개 범위를 놓고 금융사와 빅테크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대형 빅테크 기업이 보유한 결제 정보 등을 상생 차원에서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은행과 카드사 등 전통 금융사는 핵심 데이터는 내놓지 않은 채 금융당국을 앞세워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위원회가 빅테크 기업 간담회까지 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도록 균형 있는 금융서비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내놓은 여러 대책이 여전히 전통 금융사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갈등 봉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3일 정보통신(IT)·금융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과정에서 데이터 공개 범위를 놓고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업계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려면 검색정보와 쇼핑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데이터 빅테크 기업의 공개 범위는 선불, 결제 정보에 한정될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권은 선불, 결제정보에는 구매내역 등이 포함되지 않아 제대로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은행 등 전통 금융사에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의 논리라면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카드사처럼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결제내역만을 공개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 같은 정보는 금융사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빅테크 기업은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 어디에도 통신판매 중개업자나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제공 대상자라는 내용은 없는 만큼, 금융권 요구가 법을 너머선 무리한 억측이라는 비판이다.

대형 핀테크 기업 대표는 “결제정보 등을 모두 공개하기로 한 상황에서 소비자 검색정보까지 달라는 게 상식적인 행위인가”라며 “금융사들이 법에도 규정되지 않은 정보를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 범위 갈등이 금융당국의 애매모호한 시행령 내용과 가이드라인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마이데이터 시행령 등은 전자금융업자 정보만 개방하도록 돼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보유한 정보를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또 하나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마이데이터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보니 네이버의 경우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업을 통해 역으로 금융정보를 가져와서 네이버 여러 서비스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놓고 금융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 '데이터의 내부자거래'라는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법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등에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보유한 상거래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정보제공주체에 통신판매 중개와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편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마이데이터사업자의 제 3자 제공에 제한을 두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 주장도, 빅테크사 억울함도 사실 금융당국의 모호한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으로 생긴 혼선으로 보여진다”며 “마이데이터 정보 공개 범위에 대한 혼선이 지속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