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거대 플랫폼 독식 우려"...빅테크 "전향적 규제완화 필요"

"시총 46조 네이버와 경쟁 힘들어"
카드사도 종합지급결제 참여 호소
"최소자본금 20억, 높은 진입장벽"
더 많은 혁신 플레이어 진입 요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병욱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 두번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세번째), 윤관석 정무위원장(오른쪽 네번째),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다섯번째)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병욱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 두번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세번째), 윤관석 정무위원장(오른쪽 네번째),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다섯번째)

정부가 공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두고 금융사와 빅테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전폭적 규제완화와 관련, 금융사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에 빅테크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최소자본금 하향 등 보다 전향적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과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지난 24일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에 계좌개설, 후불결제 등을 허용하는 혁신안이 발표된 후 업계가 모인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빅테크는 정부의 혁신방안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최소자본금 규제 하향조정, 망분리 규제 완화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빅테크를 대표해 참석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는 “신규 도입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최소자본금 200억은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이라며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자본금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 상황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망 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관련 비용을 줄여서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며 망분리 규제의 합리적 방안을 요청했다. 류 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좁은 운동장을 넓혀 더 많은 혁신 플레이어가 나오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카드, 은행권에서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냈다. 정부 혁신안이 빅테크 진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배종균 여신금융협회 카드본부장은 “카드사는 거대 플랫폼 업체에 후불결제 기능을 납품하는 업자로 전락할 것인지, 경쟁력 있는 사업자로 전환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앞으로 시행될 간편결제업체의 30만원 후불결제는 소액으로 보이지만 이용자가 6곳을 이용하면 180만원 여신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간편결제업체 후불결제가 단순히 충전금이 모자랄 경우의 보완책일 뿐 여신업과 범위가 겹치지 않는다는 금융위 설명에 반기를 든 것이다.

또 균형 발전 측면에서 카드사도 오픈뱅킹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플랫폼에 맞서 카드사도 디지털 회사로 전환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고객 접점을 상실하면 방법이 없다”며 “카드사도 오픈뱅킹,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참여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은 “네이버 시가총액은 46조원이고 우리나라 가장 큰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15조원이 안 된다”며 “이미 디지털쪽으로 과점을 하는 빅테크가 금융에서 작은 영역에 진출해도 미치는 파급력은 굉장히 크다”고 꼬집었다. 한 부행장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의 금융진출이 자칫 테크래시를 가속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혁신안이 다양한 플레이어 등장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업체가 금융업을 독식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봤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하반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사와 빅테크가 내부에서 싸우기 보다는 각 주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업권 이익이 아니라 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목표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