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서비스, 또 하나의 방역 '구멍'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만만찮다. 특히 인구의 절반이 모여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도 배제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8개월여간 집단발병이나 확산을 살펴보면 코로나19는 항상 사회적으로 취약한 곳을 파고들었다. 종교시설이나 요양병원, 콜센터, 이태원 클럽 등 특별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번 재확산도 다르지 않다. 마치 두뇌가 있는 생물처럼 약한 곳을 파고든다.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도 드러나지 않은 약한 곳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IT서비스 개발인력이 코로나19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업무 특성상 고객사가 마련한 좁은 공간에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현실 때문이다.

고객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발자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지정된 장소에서 수개월~수년간 근무한다. 비좁고 밀폐된 임시 장소에서 다수가 근무하기 때문에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취약하다.

실제 A은행 IT시스템 구축에는 교실 4개 크기의 공간에 200명 가까운 인력이 근무한다. 임시 공간이다 보니 휴게실이나 회의실 구분도 없다. 확진자 1명에 수백명이 노출된다.

일부 중소 프로젝트는 원격개발이나 재택, 순환 근무를 허용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중대형 IT프로젝트는 대부분 A은행과 비슷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필수인력을 제외한 재택을 권고하기도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여전히 많은 고객사는 외주인력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정서상 이유, 혹은 보안유지 차원에서 수십년간 지속된 방식이다. 민간에서 여전히 지속되는 '투입인력 대비 사업단가 책정(맨먼스)' 계약방식도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사회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전의 관행이 잘못됐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신속히 바꿔야 한다.

코로나19는 가장 취약한 곳을 파고든다. 하루라도 빨리 콩나물 시루처럼 근무하는 IT서비스 인력의 근무환경이 개선되길 기대한다.